[기자수첩]경제패권 다툼을 흔드는 '구글의 힘'…지금 우리는?
조한진 기자
2019-05-22 11:22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특화 기술이 경제 무기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중국 통신장비업에 화웨이에 부품공급을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부품보다 화웨이가 구글의 운영체제(OS)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네트워크 폐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내수보다 해외 시장에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핵심서비스가 제한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화웨이 단말기를 구매할 이유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MWC2018 화웨이 부스 전경 /사진=화웨이 제공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는 구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OS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5.1%에 달했다. 사실상 전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구글이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화웨이는 애써 부인하지만 구글과의 단절로 인한 손실은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안드로이드와 같이 한 분야의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독점기술은 국가의 막강한 힘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묶인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기술선도 기업을 더 많이 보유한 국가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경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규제의 덫과 기득권의 이기주의, 정부의 보신행정이 맞물려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신산업들이 줄줄이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산업은 시범사업만 십수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우버보다 빨랐지만 시동 조차 제대로 걸지 못한 차량공유서비스도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들고나와도 신산업은 기존 사업자의 이기주의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혁신성장 분야에서 정부의 리더십도 찾아보기 어렵다. 행정편의주의에 사로잡혀 타협을 요구하고,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으로 규제의 벽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신산업 관련 조사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는 한국의 진입규제 환경을 조사대상 54개국 중 38위로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물론 이집트보다도 순위가 낮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소 조사에서는 인공지능(AI) 등 한국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경쟁력이 미국,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 현재는 물론 5년 후에도 최하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간의 신뢰마저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혁신성장을 주문하면서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 안팎에서 터지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는 나타난다고 했던 경제정책의 성과는 또다시 하반기로 밀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유력 경제연구기관들은 우리의 경제 성장률을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이제 정말 성장엔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호’는 항로는 험난할 수 있다.


최근 1주기를 맞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추모 영상에는 울림이 큰 메시지들 담겼다.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구 회장의 발자취가 소개된 이 영상은 “저는 여러분을, 그리고 우리 LG를 믿습니다. 차별적인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의 길을 걸어 갑시다”라는 고인의 육성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에게는 합리적 현실 판단을 통한 경제·기업 정책이 절실하다. 이제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기업과 신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차별적인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혁신성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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