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도 참석했지만…盧추도식에는 대표단만
“광주서 맞는 물병과 봉하서 맞는 물병 성격 달라”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역 장외투쟁 일정이 잡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아냥 속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결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라 관심이 쏠린다.

전날 한국당은 “황 대표가 마땅히 참석해야 하나 현재 진행 중인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으로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며 “대표단을 참석시켜 예를 표하기로 했다”고 추도식 불참 배경을 전했다. 대표단은 당 최고위원인 조경태·신보라 의원과 박명재 의원, 홍태용·서종길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구성됐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실 되짚어보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이후 한국당 계열 당 대표가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직접 참석했던 사람은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대표가 유일하다. 지난해 추도식 때도 홍준표 전 대표 명의의 조화만 보냈을 뿐 참석자를 보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황 대표의 추도식 불참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모욕당하기 위해 광주에 온다”는 여권 측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5·18 기념식 참석을 강행했던 전례 때문이다. 당시 황 대표는 “광주시민의 아픔과 긍지를 알고 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다. 그것이 광주 정신”이라며 통합 의지를 내세웠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결정에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을 거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5·18 기념식은 정파적 무게감보다는 역사적 무게감이 강하다는 점에서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경우가 다르다는 논리다. 한 야당 관계자는 “광주에서 맞는 물병과 봉하마을에서 맞는 물병은 성격부터 다르다”며 “추도식은 ‘그들만의 행사’일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차기 대선을 노린다는 가정에서 호남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 입장에서 호남도 광주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5%를 얻든 20%를 얻든 일단 싸워 이겨야할 곳”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