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조건 기싸움...6월 남북미 대화 재개 ‘시험대’
김소정 부장
2019-05-23 18:56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VTV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미국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계기로 북미 간 강대강 대치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 도발 재개와 제재의 틈을 노려 외화벌이를 노리는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의 선박간 환적 단속은 물론 돈세탁 감시까지 강화하면서 대북제재 고삐를 더욱 틀어쥐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유엔본부 기자회견과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화물선 반환을 요구했다. 심지어 국제여론전에 나선 북한은 “제재 해제 없이는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며 으름장도 놓았다. 

 

북한 김성 유엔주재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니스트호 반환을 요구한 데 이어, 22일에는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재차 미측에 반환을 촉구했다. 


한 대사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행정부의 ‘큰 결단(big decision)’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재 해제와는 별도로 미국과 또 다른 대화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큰 결단을 내려야만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대사는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우리의 방위 능력을 확인하는 일상적인 (시험이었다)”며 “식량지원을 받아도 좋지만,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유엔제재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식량수입을 위한 거래에 필요한 은행 결제가 (제재로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그것이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같은 날 북한의 화물선 반환 요구에 대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유지가 필요하고, 회원국들도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 재무부는 ‘돈세탁’과 관련해 대북 금융제재도 강화하고 나섰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유엔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모두를 이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단호하다”며 “자금이체, 그리고 ‘돈세탁’과 관련 대북 금융제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협상에 대한 여지는 남겨둔 상태이지만 재무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는 매우 중요한 효과를 냈다. 우리는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말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 조치는 두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느슨해질 수 있는 대북제재를 옥죄면서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화물선 압류에 대해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촉구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나 미국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 조건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대미 협상라인을 교체를 단행하고, 대미‧대남 비난에 나선 상황이어서 다른 국면을 맞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금 상황에 대해 “북한이나 미국이나 자신들의 협상안을 정리하는 국면이 아니겠냐”며 “북미 모두 협상 재개를 위해 실무 차원에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고, 6월에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으니 이를 계기로 남북미 삼각대화가 조금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은 남북 당국간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6월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울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켰지만 이번 한미 간 정상의 만남이 북미대화를 견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북한은 23일 중국 선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민간교류 실무접촉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당초 실무접촉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23∼24일, 사단법인 겨레하나가 24~2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26일쯤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측은 “제반 정세상의 이유”라고 명시된 공문을 보내 모든 대남접촉을 취소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급속하게 냉각될 수밖에 없어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남북관계는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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