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8년 전 발생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대구 총포사 살인사건. 살인과 엽총 탈취, 은행 강도 등 강력 사건을 잇따라 저지른 범인은 각종 미스터리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최근 이 사건은 공개 재수사가 결정됐다. 사건 발생 당시 놓친 증거나 단서는 없는 것일까. 오늘(25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최신 과학적 수사 기법을 동원해 범인의 흔적을 쫓아가 본다.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 살인, 은행강도, 차량 방화, 절도…14일간의 연쇄범죄

"목의 이 기관을 절단한다는 거는 마음먹고 해야 돼요."
"프로페셔널하다. 킬러로서. 잔인하고 계획적이고 뭔가 구조를 정확히 아는."
(유성호 /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2001년 12월 8일 새벽, 대구 남구에 위치한 총포사 주인이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치명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범인은 쓰러져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총포사 주인을 재차 칼로 찔렀다. 이 날, 총포사에서 사라진 것은 엽총 두 정 뿐, 단순히 엽총만을 노렸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했고, 살인의 목적이 분명해 보였다. 

그로부터 3일 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은행에 총성이 울렸다. 엽총을 쏘며 들어온 복면강도는 겁에 질린 은행원들을 향해 빈 가방을 던졌다. 은행 내의 30여 명의 사람들을 위협하며 추가로 실탄을 쏜 뒤, 그는 은행원이 건넨 1억 2600만 원을 챙겨 문을 나섰다. 그 후 대기해뒀던 흰색 매그너스를 타고 사라지기까지, 범행에 걸린 시간은 겨우 3분 남짓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인의 도주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치열한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 은행에서 불과 4k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서 차량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도착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불에 탄 흰색 매그너스 차량. 까맣게 타버린 차 안에는 불에 탄 탄피, 그리고 엽총 두 정이 들어있었다. 이후 매그너스 차량 역시 11월 30일 도난 신고가 들어온 것임이 밝혀졌다. 엽총 2정 또한 3일 전 발생했던, 총포사 주인 살해 현장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살인, 절도, 은행 강도, 차량방화에 이르는 14일간의 연쇄범죄 끝에 모든 것을 불태우고 사라진 범인. 그는 대체 누구이며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장기미제로 남아버린 사건, 그리고 18년 만에 다시 결정된 수사 

대규모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투입된 수사인력만 100여 명. 1년 반 동안 전과자, 조직 폭력배, 도박꾼 등 수백 명의 용의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비롯해, DNA, 지문 등 범인을 특정할 어떤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결국 유력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사건은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미제로 남았다.

지난 2019년 4월 9일, 대구 지방경찰청은 18년간 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의 공개수사 결정을 내렸다. 당시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찾지 못했던 범인의 실마리.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리적 프로파일링, 법보행 등 당시에는 없었던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해 범인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 사냥꾼과 칼잡이, 완전범죄 속에 남은 흔적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18년 전과는 다른 범인의 특징을 찾아보고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몇 가지의 공통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2001년 12월 11일 사건 당시 은행 CCTV 영상 속 범인이 전문 수렵인들의 눈에도 능숙해보일 만큼 엽총을 잘 다루고 있다는 것.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에게도 엽총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인 만큼 전문가들은 영상 속 남자가 여러 차례의 사냥 경험이 있는 수렵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범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단서는 더 있었다. 치명상만을 골라 입힐 수 있을 만큼 칼을 다루는 것 또한 능숙한 사람. 14일에 걸친 범행을 계획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단서 하나 남기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대담한 성향.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범인에 대한 추정을 토대로 다시 한 번 그의 윤곽을 짚어보기로 했다. 18년간 잡히지 않았던 범인의 흔적을 이번에는 찾을 수 있을까.

"살아오면서 이런 걸 경험을 몇 번 해보겠습니까. 눈을 한두 번 마주쳤거든요" 

그리고 18년 만에 만난 목격자. 제작진은 그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현재 50~60대로 추정되는 범인의 얼굴을 새로운 몽타주 기법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범인은 18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오늘(25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8년간 미제로 남아 있는, 2001년에 발생한 대구 은행 총기강도사건을 재조명하고 과학적 수사기법을 토대로 18년 전 멈춰버린 범인의 흔적을 다시 추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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