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에 대한 행정부의 압박·절차적 문제 토론과 대화로 풀어야
   
▲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최근 '국회정상화'라는 화두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다. 여야가 서로 국회 스톱(Stop)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여당은 제1야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주문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편 및 공수처 설치 등의 패스트 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취임과 함께 눈 녹듯 사라질 것만 같았던 이 경색 국면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수 싸움에 어김없이 등판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연일 경제가 어렵다며 '일하는 국회'를 주문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비교적 새로운 모습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지난 임기 내내 국회의 조속한 입법 협조를 당부하면서 비교적 '센' 발언들도 꽤 내놓았었다.

2016년 4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들춰보자.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입니다." 예컨대 "선거제와 공수처법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국민들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고 했다 해도 별로 어색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계속해서 압박하는 '국회정상화'는 지난 정부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행정부 수장의 입법부를 향한 답답함과 불평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해도 괜찮은 것일까? 쉽게 말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문했던 국회정상화와, 지금 논의되는 정치권에서의 국회정상화는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고자 한다. 지금 논의되는 국회정상화는 단순한 의미의 '일하는 국회', '법 통과시키는 국회'를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 국회가 멈춘 이유가 단순히 특정 이슈나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진영 간의 입장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하지만 정작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패스트트랙 정국과 관련해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가졌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지난 4월 말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 설치법 등을 여당과 일부 야당이 패스트 트랙에 강제로 태우면서 비로소 국회는 멈춰버렸다. 선거법과 수사기관 신설이라는 두 이슈다. 하나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구성에 관한 문제이며, 두 번째는 바로 삼권분립의 핵심 가치인 상호 견제와 균형의 질서를 바꾸는 일이다. 둘 다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제1야당은 두 사안의 패스트 트랙 처리를 '독재'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패스트 트랙 처리가 개혁 시도냐, 독재 야욕이냐를 둘러싼 논쟁은 치열하다. 다만, 그 의도와 맥락을 떠나 헌법상 권력 구조 개편만큼은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 쪽의 힘의 논리에 의해 새롭게 안착시킨 권력구조는 다른 일방의 불신을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제도의 권위가 실추되고, 사회는 반목과 분열에 내몰린다. 그래서 늘 선거제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던 것이 오랜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회는 협의와 토론을 제1원칙으로 하는 기구다. 일사불란한 명령과 지시로 움직이는 행정부, 법관 개인의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사법부와 달리 입법부는 어쩌면 대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선거제와 수사제도 변화라는 중대한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입법부의 그 정체성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 논의하고 또 논의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결론을 내지 못했음'이라는 결론이 더 선진적인 것이다.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제1야당이 반대하는 이슈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정상화란 무엇을 의미할까. 민주적 기본질서를 다루는 사안에 대해서 토론과 대화가 실종된다면, 그것만큼 비정상 국회는 없을 것이다. 국회가 정상화된다는 것, 그것은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지금 절대 권력의 반지는 청와대와 여당이 갖고 있다. 대화를 먼저 제안해야 할 주체는 어디인가? 국회의 정상적 정체성 회복에 나서야 할 이는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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