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세계에 역전당한 롯데상품권
상품권 거래시장서 신세계가 롯데보다 더 비싸게 팔려...현 유통시장의 판도 변화로도 읽혀
김영진 차장
2019-05-27 15:58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상품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쭉 지켜보고 있는데 롯데백화점 상품권(롯데상품권)과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신세계상품권)의 매입가격(상품권 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사는 가격)이 0.5%P까지 벌어진 것은 처음 봅니다. 사실 오랫동안 정반대의 경우가 계속 지속해 왔었는데요. 롯데상품권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엄중한 심판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신세계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일부이다. 글쓴이는 롯데상품권에 대해 '폭망'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가 어떤 이유로 글을 쓰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글을 읽고 현 유통시장의 지형 변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실제 인터넷 상품권 거래 사이트에서 10만원의 롯데상품권의 매입가는 9만6300원(3.7%)인 반면 신세계상품권은 9만6800원(3.2%)이었다. 같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명동 시장에 팔려고 한다면 신세계상품권은 9만6800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롯데상품권은 9만63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품권을 사려고 해도 롯데상품권보다 신세계상품권의 가격이 더 비싸다. 

 

이 글에는 상품권 시장에서 롯데상품권이 신세계상품권 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롯데카드의 매각과 롯데상품권을 엘포인트로 전환해 각종 세금을 납부하던 것이 막힌 점, 사드 규제로 중국 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의 이용을 제한받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 기간 유통업계 1위는 롯데라고 생각해왔고 상품권 거래 시장에서도 롯데상품권이 신세계상품권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사진=롯데쇼핑


소비자들도 상품권을 사더라도 롯데상품권보다 신세계상품권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권의 가격 역전은 현 유통업계의 지형 변화로도 읽힌다. 비록 백화점 상품권을 백화점 이외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메인 사용처는 백화점 및 주요 계열사들이다.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는 몇 년 전부 터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으로 넘어갔다. 대형마트에서도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는 독보적인 1위를 점하고 있다. 면세점 시장에서도 롯데면세점이 굳건한 1위이지만, 3위의 신세계면세점이 2위인 신라면세점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운영하는 법인인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6년 22조976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7년 17조9260억원, 2018년 17조820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계 1위는 롯데'라는 생각은 오래도록 유지되었고, 시장에서도 암묵적으로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향후 몇 년 뒤에도 여전히 유통업계 1위가 롯데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상품권 시장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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