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진의 여의견문] 소수 야당은 원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편집국 기자
2019-06-05 09:59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도대체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자유한국당의 지지자 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중에 위와 같은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자유한국당 외에 다른 야당들도 있다. 하지만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애당초 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협조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고, 바른미래당은 그 정체성이 불분명해서 여전히 내부 분열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규모로나, 정체성면으로나 가장 확실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는 자유한국당이 아무래도 '반문 정서'를 가진 이들의 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니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의 답답한 마음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불만족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원래부터 소수 야당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이다.


과반 의석수를 가진 다수당으로서의 야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회가 확실히 정부를 견제하고, 각종 정책을 틀어 막을 힘이 있다. 하지만 114석의 자유한국당 의석으로는 한참 힘이 모자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해두고자 한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할 수 있는게 없다.


엄밀히 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임위원회를 열어서 질의도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또 장외집회라는 것도 할 수 있다. 114명의 헌법기관을 가진, 수십만 당원이 내는 당비와 국고보조금을 쓸 수 있는,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정권의 중심에 있었던 자유한국당이 왜 할 수 있는 것이 없겠는가. 아니, 실제로도 무엇인가를 참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모든 활동들이 결정적으로 어떠한 실체적 결과를 국민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활동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향을 미치고 여론을 만들 수는 있어도, 정작 중요한 결정의 권한은 없다. 그래서 야당이다. 영어로는 '반대 정당(opposition party)'이라고도 한다. 반대를 할 수는 있어도, 중단시키지는 못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필자가 그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이 정부의 국정 운영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소수 야당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어떻게 행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을 던지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의 주체는 비단 국회의원과 정당에만 그치지 않는다. 언론과 시민사회, 심지어 기업들조차도 정치라는 공간 안에서 중요한 행위자로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사법부라는 최후 헌법수호 기관이 행정부의 일탈과 권력 남용을 방지한다. 소수 야당이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도, 이러한 무수히 많은 정치 행위자들과 연계해 결국 정권을 제약시키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정치의 요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정치 위기의 본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이 정권 독주의 원인이 아니라, 소수 야당의 무기력함을 보완해 줄 다른 정치 행위자들이 모두 침묵하거나 혹은 정권과 매우 긴밀히 결탁해있다는 사실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론 조성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언론이 초대형 권력 집단인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감시보다도, 제1야당 구성원의 '막말'만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여기에 사법부의 親정권 성향의 판결은 더더욱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괴리시킨다. 기업은 숨죽인 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 야당이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무기력해지는 과정에 있다.


결국 마지막 키는 시민(citizen)이 쥐고 있다. 언론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언론이 따라오게 만드는 시민.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되, 또 사법부가 제역할을 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의심의 눈초리. 시민들마저 무너지면 다양성의 가치는 실종된다.


정치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한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그 힘을 가지려면, 권력 분립에 대한 시민의 확고한 신념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윤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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