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김제동 논란에 "가격은 시장이 정한다"며 옹호
"청소부 한시간, 의사 한시간 같아야 한다고 한 건 김제동"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연예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논란이 되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가격은 시장이 정한다"며 김제동을 옹호했다. 상품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니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기업과 자본에 더 많은 자유를 주라는 것이 시장경제 이론인데, 김제동이 고액 강연료를 받은 게 무슨 문제냐는 말이다. 

김어준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김제동의 강연이 기천만원을 호가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언정, 강연료를 지급하는 주최자가 아닌 이상 그가 얼마를 받든 딴죽을 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김제동 같은 사람의 강연을 원하는 시장이 있는 한 그는 얼마든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게 시장의 힘이고, 시장경제가 위대한 이유다.

다만 논란이 된 1500만원의 강연료는 세금으로 지출되는 것이기에 민간 시장에서 측정하는 가격과 다른 잣대가 더해진다. 해당 강연료를 공리주의 관점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효용'을 만족시켰냐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2시간에 1500만원을 호가하는 김제동의 강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효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예산 낭비'가 된다. 

물론 김어준은 그 강연료가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시장을 언급했을 것이다.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반시장주의자' 김어준이 그와 비슷한 부류인 김제동을 옹호하기 위해 시장 논리를 언급하는 것을 보니, 좌파의 본질은 '위선’이라는 확신이 다시금 든다. 김어준은 김제동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를 '좌파는 가난해야 한다는 프레임의 일환'에서 찾고 있는 모양이지만 잘못 짚었다.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그보다 앞서 고액 출연료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그의 '위선'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은 좀처럼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외친 이는 김제동이었다. 

   
▲ 방송인 김제동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그는 "목수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가 같아야 한다", "병원 청소부의 한 시간 노동 가치와 의사의 한 시간 노동 가치는 같아야 한다", "우리는 그 가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로 박수를 받았던 그가 KBS에서 고액의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가중 되자 김제동은 "(나는) 스탠딩 코미디를 200회 이상 진행해온 베테랑 방송인"이라고 해명했다. 목수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 청소부의 한시간과 의사의 한시간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가 자신은 베테랑 방송인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출연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것을 위선, 내로남불이 아니면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김제동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관광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가 마이크를 잡고 정치 현실을 진단하고, 헌법의 가치에 대해 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뒤따랐겠나. 시장은 그의 노력을 높게 평가해 그만한 가치를 부여했다. 

문제는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망치'와 '한시간'을 운운했던 그의 말에 진정성이 실리려면 그가 잡은 '마이크'의 가치도 다른 사람이 잡은 마이크와 평등하게 책정했어야 했다. 아무리 주최 측에서 고액의 강연료와 출연료를 준다고 했더라도 고사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이것은 "돈을 많이 벌면서 좌파인 척 하는 건 위선이다, 좌파는 가난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김제동을 공격하고 있다"는 김어준의 궤변에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좌파는 가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지적받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됐다고 외쳤던 방법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언행불일치'에 대한 비판이다. 그것도 세금으로. 알아 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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