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가 지난 2016년 4월 도입된 이후 불과 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작년에 2기로 선정된 유안타·유진·코리아에셋·키움·IBK·SK증권 등 6개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금융위원회가 ‘1그룹 1증권사’ 원칙 폐지 등 신규 증권사들의 진입을 허용하면서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행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란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대형 증권사보다는 중형급 증권사들을 특화 증권사로 지정해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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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현재 2기를 맞고 있는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 기간은 올해 연말께 만료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일단 지정된 증권사들이 열심히 움직일 만한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대형 증권사들이 누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제도적인 이점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중기 특화 2기로 선정된 유안타·유진·코리아에셋·키움·IBK·SK증권 등 6개 증권사들의 실적은 미미했다. 유진·IBK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주관 건수는 각각 2건, SK·유안타증권은 각각 1건밖에 되지 않았다. 키움증권의 경우 8건의 IPO를 성사시키며 활발한 실적을 냈지만, 6개사 전부의 실적이 14건밖에 되지 않아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기 특화 증권사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주요 배점 사항인 크라우드 펀딩 중개 역시 실적이 좋지 못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권사들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 건수는 IBK 2건, 유진투자 1건 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들 역시 굳이 중기 특화 증권사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엔 대형 증권사들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벤처기업들로선 굳이 중기 특화 증권사를 찾을 이유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최근 신규 증권사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1그룹 1증권사’ 원칙까지 폐지하는 등 경쟁구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더더욱 중기 특화 증권사만의 장점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자본 여유가 많은 대형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벤처기업에 특화된 증권사를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중기 특화 증권사 3기가 출범해야 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업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도의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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