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 재계약 문제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큰 화제다. 내년 1월 계약 종료를 앞두고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 간 재계약 협상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박항서 감독이 계약 관련 입장 표명을 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27일 밤 "최근 진행 중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협회(이하 VFF)의 베트남 축구대표팀 연장 계약과 관련한 입장을 말씀 드린다"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재계약을 한 것도, 협상이 결렬된 것도 아닌데 굳이 보도자료까지 내고 입장을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박 감독 측은 "이 자료의 목적은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루머와 추측성 보도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했다.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베트남 현지에서는 온갖 소문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요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밝힌(추측한)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루머일 뿐이다. 

   
▲ 사진=스즈키컵 홈페이지

 
디제이매니지먼트는 "VFF와 2019년 6월26일 재계약 관련 협상을 처음으로 진행했다"며 박 감독과 VFF가 이제 처음 한 번 만나 협상을 시작한 사실을 알렸다. 

이어 "첫 협상은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박 감독의 '급여 문제'에 대한 확인이 아니었다. 재계약 과정에서 금전적인 협의가 물론 중요하나 그것이 협상의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며 "여러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금전적인 논의는 아직까지 전혀 진행된 바가 없다. 떠돌고 있는 추측성 금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금전 문제로 박 감독과 VFF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식의 루머를 일축했다.

디제이매니지먼트는 "지난 첫 협상은 향후 베트남 축구발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자리"라고 전하면서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양측의 입장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 후 금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선을 확실히 그은 소속사 측은 "다만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챔피언으로 만든 결과물과 글로벌 축구 환경에 놓인 '한국인 지도자'의 지위와 위상을 토대로 정확한 평가를 진행한 뒤 연봉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2019 UAE 아시안컵 8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잇따라 냈다. 이 정도 성과를 냈으니 박 감독은 당연히 VFF가 재계약을 원하면 특급 대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박 감독이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돈 문제로 잡음에 휩싸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박 감독의 스타일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박 감독이 재계약 협상에서 실패해 베트남을 떠난다면, 손해 보는 쪽은 베트남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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