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검찰·경찰 동원한 상생위, 자율조정보단 기업 겁박한다는 지적 일어
   
▲ 27일 상생협력조정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중소벤처기업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상생협력조정위원회를 통해 기술탈취·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된 당사자 간 조정·중재를 유도한다고 밝히면서 자율조정에 대한 논란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27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상생협력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상생위는 공정거래위원회·대검찰청 등 관련 부처 장·차관급 5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대‧중소기업 대표 및 협·단체, 법조계, 학계 인사 등 9명의 위촉위원으로 구성된 15명 규모의 민관 합동 조직이다.

이날 열린 제1차 회의에선 △상상위 운영 계획 △기술침해사건 공동조사 추진 방안 △수‧위탁 거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기술탈취 문제와 불공정거래 문제는 중소기업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역량과 민간의 전문성을 집중해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중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생위는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합의를 위한 연결자'라고 소개했다. '조정'과 '중재'를 1차 목표로 한다고도 했다. 조정‧중재에 실패한 경우 사안에 따라 공정위 또는 검‧경이 처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정위와 검찰, 경찰 등 사정 기관들을 동원해 대‧중소기업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자율적이지 않고, '상생'과 '협력'을 강요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상생협력조정위원회가 이름값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원청-하청간 계약을 맺은 게 상호 간 유익했기 때문"이었다며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기술을 헐값에 채간다거나 벤처기업을 사들여 덩치만 키운다는 여론이 형성돼있는데, 다들 제값 주고 산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교수는 "사정 기관들을 동원해 상생협력위원회를 꾸린 건 기업들을 위협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법으로 재단해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자문형태로 돌아가는 정부 위원회 특성상 이전 정책 재탕·재검토·부처 책임 떠넘기기 수준에 머물러 성과가 전무할 게 뻔한데, 중기부가 괜한 위원회를 또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상생협력기금 등 많은 상생관련 발표들이 이번 정부하에서 나왔는데, 과연 자발적인지 우려스럽다"며 "중기부가 검찰이나 경찰,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 등 파워 기관이 들어있는 '상생협력조정위'를 운영한다면 자발적 상생과 협력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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