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총 6600억원 유상증자를 위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의 ‘경영 효율화 방안’ 조율이 한 달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다. 신한지주의 신중한 행보는 타 계열사와의 형평을 고려했을 때 필요해 보이지만,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등 업계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탄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의 경영 효율화 방안 조율이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지난달 21일 경영 효율화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사는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한 조율을 진행 중이다. 

   
▲ 사진=미디어펜


업계 안팎에서는 내달 초순 중으로 66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에는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기존 계획보다 2개월이 연기된 상황에서 추가 연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연의 원인은 신한금융그룹의 ‘원칙’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신한지주는 내부적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로 세워둔 상태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2017년 6.7%, 2018년 7.6%, 올해 1분기 8.3% 수준으로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6600억원을 증자할 경우 ROE는 7% 이하로 격감한다는 것이 신한지주 측의 판단이다. 이 사실을 알고도 증자를 단행하기엔 타 계열사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계속 유증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현재 금융투자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발행어음을 이미 영위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이들 3사는 올해 도합 12조원의 발행어음을 통해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도 애초에 증자 계획이 나온 이유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요건을 맞춰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하기 위함이었다. 아직은 소수의 증권사들만 영업을 하고 있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ROE 상승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을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유증이 계속 미뤄지면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어졌다. 신한금투와 유사한 규모의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IB 지정을 위한 수순을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가 신규 라이선스를 부여할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존 초대형IB인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업 진출 가능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결국 신한금투로서는 유증이라는 ‘카드’만 미리 공개하고 실행이 늦어져 실속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사업에 진입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날수록 마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원칙과 실리 중에서 어느 쪽을 추구해야 할지는 결국 신한지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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