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 경쟁력=국력'…문 정부 뼈저리게 각인해야
위기에 제 역할 못하는 컨트롤 타워…미래위한 리더십과 결단 필요
조한진 기자
2019-07-03 11:41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한국 정부와 재계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일본이 우리 주요 먹거리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소재의 대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이 이번 사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최근 경제 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무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우리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찔렀다는 일본까지 모두 자신들의 핵심 기술을 앞세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많은 경제 선진국들이 자유·공정 무역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선순위는 언제나 자신들의 ‘국익’이다. 먹거리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자유롭지 않고 공정하지 못한 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태국 방콕 시내 전광판에 삼성 갤럭시S10과 QLED 8K TV의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정부의 현실 인식은 옆 동네 불구경하는 수준처럼 보인다. 청와대는 침묵했고, 외교 정책을 이끄는 장관의 입에서는 “상황을 보면서 연구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올 초부터 곳곳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신호가 감지됐지만 사실상 대한민국호의 컨트롤 타워가 유명무실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시계를 머지않은 과거로 돌려보면 정부는 기업들에게 갖가지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불합리한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문제라며 기업들은 몰아붙였다. 자신들의 말이 곧 정답이라는 듯 말이다. 물론 기업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공염불에 그쳤다. 그러나 정작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 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휴가를 내고 다녀온 태국 방콕에서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공유서비스 플랫폼 ‘그랩’을 통해 차량을 부른뒤 트렁크에 짐을 넣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는데 기사가 대뜸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답하자 기사는 자신의 전화기가 삼성 갤럭시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왜 갤럭시를 샀냐”냐고 하자 기사는 “브랜드 대한 믿음이 있다”이라는 답을 내놨다. 립서비스일지 모르지만 기사는 “한국을 좋아한다”며 “다음에도 삼성 스마트폰을 살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스마트폰은 ‘삼성’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차세대 플랫폼은 ‘그랩’이라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랩은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O2O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제 현실이 된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의 경쟁력과 기술의 힘이 더 부각 될 것이다. ‘기업의 기술 경쟁력=국력’ 이라는 공식도 더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각국이 미래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차세대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역시 점점 더 기술에 종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 기술 경쟁력에는 여전히 물음표만 가득하다.


이제 우리 정부도 기업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기업과 기술 경쟁력이 없으며 밖에서 국격을 논하기 어려운 시대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경영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을 하루 빨리 조성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경제와 기업들은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제는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투박한 행동이 더 중요하다. 정부의 리더십과 기업들의 도전정신이 어우러져도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 것”이라는 어느 코미디언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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