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중기 복지, 대기업 43%…상의, 복지 플랫폼 비영리 운영"
김영훈 실장 "정부, 거간꾼 역할 필요 없어…민간 사업자가 효율적"
전삼현 교수 "정부 발표안, 이윤 포기하란 것…정책 설계부터 잘못"
   
▲ 3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실무협약에 참여한 14개 기업 대표들과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 직원에게 대기업 근로자 수준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MOU 체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3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수준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MOU에는 중기부와 대한상의가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향상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 △중소기업 공동복지플랫폼 등 복지서비스 기반 조성 △중소기업 사업주의 근로자 복지 인식 개선 △청년 일자리와 연계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문화 확산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대한상의는 별도의 실무협약을 맺은 기업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휴양·여행·건강검진·경조사·자기계발 등 복지서비스 분야별 대표 상품을 시장 최저가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실무협약에는 최주영 대명호텔앤리조트 대표·임진홍 샬레코리아 대표·이상한 투어캐빈 대표·홍승표 예다함상조 대표·장동하 교원 대표·문윤 한마음F&C 대표·선승훈 선헬스케어인터내셔널 대표·최병환 CJ CGV 대표·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양홍걸 에스제이더블유인터내셔널 대표·이해권 에이치앤비라이프 대표·유준선 넥스트에너지 대표·김은희 한국생애설계 대표·박윤택 SK엠앤서비스 대표 등 14개 기업이 참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MOU 체결 배경에 대해 "중소기업 근로자가 복지혜택을 누리는 건 대기업 근로자의 43%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소기업 공동복지서비스 플랫폼을 구축·운영함으로써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민·관협력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의 복지몰은 이윤추구가 우선이지만 상의가 8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은 마진 없이 비영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근로자가 해당 플랫폼을 이용할 시엔 근로자 소속 중소기업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중기부는 내년도 관련 사업에서 해당 플랫폼이 확장되도록 고도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가 민간 경제단체와 중소기업의 복지수준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고, 대한상의가 시장 최저가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복지서비스 분야별 대표 상품을 제공하는 건 명백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 최저가로 공급한다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업들이 이윤을 포기해야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중기부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정부가 낀다는 점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사업이 흐지부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실효성 없는 정부 사업보단 개별기업과 복지전문몰을 운영하는 기업 간 프로모션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또 "무엇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얼마나 저렴하게, 또 많이 이용할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굳이 거간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민간 업체들의 특가서비스와 비교하면 정부 서비스는 메리트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조직을 확대하고 업무영역만 늘리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안은 시장 최저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이윤을 포기하란 것으로 사실상 비용을 대기업더러 부담하란 것인데,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생색내는 꼴"이라며 "정부가 기업 간 잘 해보라고 짝을 지어주는 건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대기업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프로그램을 맡으라고 하는 건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이 정책은 기본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