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간담회까지 건너뛰며 일본체류…반도체 전략 리스크 최소화 초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성장전략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 부회장은 청와대 간담회까지 건너뛰고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역보복’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의 차질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사업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가운데 특히 이 부회장이 경쟁력 강화 방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들과 잇달아 회동하는 등 초격차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극자외선(EVU)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앞세워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물량을 대거 수주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제 중 가장 앞선 기술인 EVU 포토리지스트의 수급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EUV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모두 역량을 집중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장 빠르게 EUV 기술을 양산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1~2년 빠르게 EUV를 도입해 엔비디아, AMD, 퀄컴 등으로부터 파운드리 위탁생산 수주에 기여 했다” 며 “국내 기업이 KrF와 ArF 포토리지스트 개발 완료해 판매하고 있으나, EUV리지스트는 개발 중이다. 국산화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일 일본으로 건너간 이 부회장의 동선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본 언론은 이 부회장이 대형 은행(메가 뱅크)과 반도체 제조사 등과 대응을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때부터 구축한 일본 재계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해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 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국 정부의 갈등에서 촉발된 사안이라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본에 예상보다 더 머무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경제적인 문제 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이 돼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내부적으로 선거도 있고, 일본 자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어 협상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일본 재계 고위 인사들과 회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등은 향후 사업 전략 수립과 사태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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