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토지가격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더해 분양가 산정
법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하는 단지 모두 상한제 적용 검토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미디어펜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의에서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검토할 때가 됐다.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를 검토하는 목적에 대해 “청약시장은 99% 실수요자 시장으로 바뀌었지만, 분양가 상승률이 높게 형성돼 실수요자들이 부담이 크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낮춰서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를 한 토지가격에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적용 기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별도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문제는 이 시행령 개정이 어떤 형태로 바뀌느냐다. 현행 시행령 아래서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중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던 직전 2개월의 청약 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하거나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할 때 등 세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일단 정부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 조건을 ‘물가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상승률 1.5배 초과’ 정도로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는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있지만, 기본 전제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그동안 적용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초과 수준으로 기본 조건을 낮추기만 해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아직 일반분양에 들어가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대부분 상한제의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서 재건축·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받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하면 법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모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정비사업 추진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 분양가가 시세 대비 너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조합이나 건설사가 위축되면서 공급이 줄고 되려 주택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07년 9월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후 글로벌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줄었던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서울의 재건축 단지 한 조합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로또 청약 열기만 더해지며 시장 혼란만 야기될 것”이라면서 “대다수 조합이나 건설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이어 “또 분양가 상한제 적용 범위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까지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에 위배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대비 20~30% 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현재보다 더 떨어지면 재건축 사업의 이점은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면서 “조합원들간의 견해 차이가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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