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선 출마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 없다”
정치권 “‘현재로서는’, 여지 남겨놨다는 의미”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 다수의 국무위원 받은 공통적인 질문은 9개월가량 남은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 의사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경기 고양시정에 지역구를 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해당 지역구를 넘보고 있는 김현아 한국당 의원 사이에선 묘한 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총선 출마하시나” 묻자 “대통령 뜻 따라야”

“총선에 출마하실 겁니까?” 대정부질문 내내 이 총리가 받았던 질문이다. 이 총리는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나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여권에선 이 총리의 ‘총선 역할론’이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이 총리도 지난 5월 “저도 정부 여당의 일원으로서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지난 10일 곽대훈 한국당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동시에 일부 국무위원과 총리의 총선 출마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책임지고 앞장서야 한다는 데 동의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스스로 저의 정치적 거취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인사권자의 뜻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도 “지금 총리의 출마설이 나도는데 21대 총선에 출마하시겠나”라고 물었고, 이 총리는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앞으로 바뀔 수도 있나”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나”라고 다그치듯 여러 차례 다시 묻자 이 총리는 “제가 계획을 세울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러시기야 하겠나”라고 답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박명재 한국당 의원 역시 “11월경 총리직에서 물러나 야당 사령탑이 돼 내년 총선을 지휘할 거라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저는 아는 바가 없다. 여러 의견 중 하나일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물었을 때도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답변을 지켜본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이라는 표현법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꾸준히 제기된 총선 역할론에 대해 이 총리가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나”라며 “(대정부질문에서) ‘현재로서는’이라는 전제를 단다는 것은 여지를 남겨놨다는 의사표시”라고 풀이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현아 “지역구민 좀 만나라…골라서 말고” 

한편, 10일 대정부질문에선 내년 총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김 장관과 김 의원이 신경전을 연출했다.

김 장관은 출마 여부를 묻는 김 의원 질문에 “그렇다. 나갈 계획이다. 지금 지역구(경기 고양시정) 그대로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김 의원도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것으로 안다. (지역구에) 오신 것도 알고 있다”고 견제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역구 주민도 좀 만나 얘기를 들어 달라. 골라서 만나지 말라”고 충고했고, 김 장관도 “충고 감사하다”고 맞받으며 답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