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땐 1100여개 품목 규제 대상…산업 전반 큰 피해 우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일본발 수출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재계가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 보복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핵심 산업 전체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로 하반기 하방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15일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대기업과 경제계에 따르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수출용 컨테이너 부두 /사진=연합뉴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을 의미한다. 이 리스트에 지정된 나라는 현재 27개국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전 산업에서 대한국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향후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핵심 산업 대부분이 타깃이 되는 셈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부품과 소재에 대한 영향을 다시 한번 조사했다”며 “수입선 다변화 등을 추진하려는 계획이지만 일부 핵심 소재의 경우 당장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일 무역갈등이 장기화 될수록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 교역·투자 기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학계‧연구계 통상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62%)’이라는 응답 비중이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12%)’이라는 응답의 약 5배에 달했다.

일본의 수출 제재에 대한 한국기업의 피해정도에 대해 ‘매우 높다’와 ‘약간 높다’ 응답도 각각 54%, 40%로 나타났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재들이 많으므로 이번 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일본은 액정패널 소재에서만 반사방지필름 84%, 컬러레지스트 71%, 편광판대형패널 62% 등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출·내수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를 조사한 결과, 2분기보다 14포인트 하락한 73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전망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3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88로 직전분기(100)보다 12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부문은 70으로 14포인트 떨어졌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경제·산업 전반의 성장역량 약화와 통제가 어려운 대외불확실성 고조로 인해 사업운영을 보수적으로 펴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기업의 예측가능성과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한 조치들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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