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1호 사업자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단일사건 이상으로 ‘선례’의 측면에서 업계와 당국 모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A증권사 직원)

한국투자증권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SK실트론 총수익스와프(TRS) 발행어음 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확정지은 가운데, 이번 사안이 SK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까지 번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울러 한투와 SK그룹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감지되는 등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과 SK그룹 간에 있었던 TRS 발행어음 거래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5월 이 사안을 한투의 ‘불법대출’로 판단하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검찰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오는 22일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다. 이는 금소원이 유상호 한투증권 전 사장, 정일문 현 사장, 한투증권 법인 등을 형법상 사기,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행위 등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번 사안에 ‘SK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단순히 증선위가 부과한 과태료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추가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미 증선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행위인 만큼 추가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TRS는 증권사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가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은 계약자에게 귀속시키는 파생상품을 의미한다. 한투증권과 삼성증권은 SK실트론이 SK에 매각된 2017년 SPC를 세워 우리은행 등 채권단 보유 지분(29.4%)을 인수하도록 하는 TRS 계약을 최 회장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최 회장과의 TRS 거래가 ‘개인 신용공여’의 성격을 갖는다고 봤다. 삼성증권과는 달리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기업어음에만 활용해야 하는 발행어음을 최 회장에게 빌려준 것으로 보고 제재 조치를 내렸다. SPC 보유 지분은 사실상 실소유주인 최태원 회장 지분으로 간주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사가 계열사 등과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 200억원을 웃돌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을 넘기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작년 SK하이닉스 등과 약 3582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했고, 이는 작년 매출 1조 3362억원의 약 26.8%에 해당한다. 이번 사안이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20% 초과)에 해당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면서 한투증권-SK그룹 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이 감지된다. 특히 발행어음 부당 사용 논란이 일기 시작한 작년 말을 기점으로 SK 계열사의 회사채(공모) 발행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권발행시장(DCM) 실적은 국내 증권사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SK그룹은 상반기 총 15건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은 사례는 2건에 그쳤다. 작년 한투의 비중이 25%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비중은 그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SPC에 발행어음 자금이 섞이면서 사안이 거대해진 점은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발행어음 4호 사업자 지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증권업계 전체에 여파가 미칠까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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