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는 17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라는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일본 조치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한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에서 “일본은 G20(주요20개국) 주최국이자 세계자유무역 촉진자로 앞으로도 자유무역 원칙을 지키겠다고 세계와 약속했다. 일본이 자유무역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취한 희토류 수출규제 조치가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패소한 점을 언급하며 당시 일본 지도자들의 발언인 ‘중일관계 악화는 세계경제에 해롭다’ ‘이 조치가 구체적으로 일본만을 겨냥한다면 WTO 규정 위반에 해당할 것’ 등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발언들이 담고 있는 자유무역의 개념은 절대적으로 타당하다”며 “이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어기면 세계무역 사슬이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삼권분립 원칙에 의해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으며, 우리정부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했으나 일본이 사전 통보없이 수출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은 중요한 원칙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1965년 (한일) 합의가 반인륜적 범죄와 강제징용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다루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거나 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이것이 한국, 미국, 일본의 연대를 유지하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사전통보 없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하고, “반도체 라인 생산 중단으로 인한 참담한 결과를 굳이 상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애플, 아마존, 델, 소니, 전세계 수십억의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함께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제한 조치가 WTO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반도체가 수출 제한 대상이 된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는 조치”라며 “반도체는 한국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한국 주식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일본의 수출 제한 대상이었다는 점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은 뚜렷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 의혹을 수출 제한의 근거로 내세웠다. 한국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당사국이며 그 의무를 엄격히 준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학과 기술이 전쟁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대신 세계평화에 기여할 창의성에 열정을 불어넣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은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페니실린이 세상에 준 혜택을 생각해보자. 아니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니 워크맨, 그러한 발명을 가능하게 한 창조성은 정부에 의해 소멸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기술과 혁신을 통해 동북아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한일 간 공조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이 참여하는 3국 협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일본의 새시대 선포에 비춰 한일 양국은 건설적인 자세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키 신사쿠를 언급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신'과 아베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의 '신'은 다카스키 신사쿠(高杉晉作)의 '신'(晉)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키 신사쿠가 살아있었다면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후쿠다 다케오 총리 등 한일관계 진전에 힘썼던 전직 총리들도 의견을 함께할 거라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