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의 돌아보기]규제가 사라지면 촛불로도 밥이 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소장 규제혁파 간절한 호소 정치권이 답해야
편집국 기자
2019-07-26 11:11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안쓰럽다. 이 격랑의 시기에 가업으로 지켜온 두산그룹 운영도 힘이 들 텐데 틈만 나면 국회다 정부다 찾아다니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달라"고, "제발 규제 좀 혁파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게 눈물겹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오전 스타트업 청년 최고경영자(CEO) 10여 명과 함께 국회 정무위를 찾아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입법 환경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생각만큼 빨리 진행이 안 되고 더뎌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한 달 전에도 규제개혁과 관련해 국회를 찾았으며 20대 국회 들어서는 열두 번째 국회에서 규제개혁을 '애걸'했다.


박 회장은 다음날 제주에서 열린 제 44회 대한상의제주포럼에서도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것을 큰 성취로 여긴다"며 "그러나 잘못된 규제로 새로운 시도를 옥죄고 있어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리 없이 불어난 규제 공무원'이라는 기사(한국경제 7월 23일자)를 보면 박 회장은 그동안 헛되이 안간힘을 썼다는 느낌만 든다. 이 기사 골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간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기업 규제 및 감독부처 공무원이 늘어난 숫자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증원 인원의 두 배가 넘는다"는 거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분석한 이 기사는 "2년간 늘어난 공정위 직원은 106명으로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 증원된 22명보다 다섯 배가량 많다. 환경부 증원 인원도 354명으로 전 정부 증원 인원 128명을 크게 웃돌고 고용부도 전 정부에서는 192명이 는 데 비해 이 정부에서는 690명이 늘었다. 기업을 수사하고, 조사하는 대검(390명→626명)과 국세청(788명→941명) 도 현 정부에서 인원이 더 많이 늘었다"고 부처별로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던 이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입니까"라는 박용만 회장의 절박한 물음에 정부와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규제혁파는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규제를 깨부수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 팔다리를 묶은 채 싸우는 사람과 같다. "충남 금산의 화학·플랜트 업체인 C&B산업이 순도‘99.99999999%인 불화수소를 특허 받고도 상용화 못했다"는 기사(중앙일보 24일자)는 규제가 대일 경쟁력 확보를 방해해왔음을 보여준다.


불화수소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핵심부품 세 개 중 하나. 일본이 삼성과 하이닉스 등에 수출해온 불화수소는 순도 99.999%(파이브 나인)짜리다. C&B산업은 이미 6년 전에 일제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99.99999999%(텐 나인)짜리 불화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받아놓았다. 하지만 이 회사 대표는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라는 호조건이 형성됐음에도 상용화를 할 생각은 접었다고 한다.


"당시나 지금이나 우리 같은 조그만 중소기업이 직접 상용화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공장 건설 비용과 인력 외에도 공장을 지을 경우 부딪힐 지역 주민의 반대와 열 군데 이상의 관청을 쫓아다니며 비슷한 내용의 인허가를 받아내는 것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말이다. 완곡한 말 속에는 "규제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상용화를 못한다"는 뼈가 숨어있다.


박용만 회장은 제주포럼에서 이런 말도 했다. "글로벌 갈등 여파로 기업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데 우리 내부에서는 서로 힘 겨루고, 편 가르고 싸우는 일만 많다. 밥을 짓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밥솥을 가지고 밥그릇만 갖고 싸우는 모양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을 이렇게 말한 거다.
박 회장님, 그런데, 밥솥 갖고 싸운다구요? 밥은 안 하고 누가 많이 먹나 싸움질만 한다는 그 걱정 이해됩니다. 하지만 재미난 밥솥 이야기 하나 해드릴 테니 잠깐이라도 웃어보세요.


"이승만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은 미국서 돈 빌려 가마솥을 장만했으나 쌀이 없었고, 박정희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 커다란 가마솥에 흰 쌀밥을 가득 해놓았는데 자기는 먹지도 못했고, 전두환은 친척과 지인을 불러 모아 다 먹어버렸고, 노태우는 그런대로 남아 있던 밥을 긁어 먹었다. 김영삼은 누룽지로 숭늉을 끓이려 불을 지피다가 솥을 통째로 홀랑 태워버렸고 김대중은 국민들 금판 돈을 모아 새 전기밥솥을 겨우 하나 마련했는데, 노무현이 코드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새 전기밥솥이 금방 타버렸다. 이명박은 밥 짓는 기술자라고 소문이 났으나 가스 불에 전기밥솥을 올렸다가 낭패를 봤고, 박근혜는 식모(최순실)에게 밥솥을 맡겼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어떠냐고요? 촛불로 밥을 짓는 중이라는데요? 이미 들은 이야기지만 또 들으니 웃음보다는 서글픔이 앞선다고요? 기다려보세요. 규제가 혁파되면 촛불로도 밥을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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