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조철현 감독은 29일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낸 그의 애민 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가는 과정을 극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 '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영화의 취지를 밝혔다.


   
▲ 사진=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신미라는 스님이 한글 창제를 도왔다는 스토리를 구상하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조철현 감독은 "우리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하여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실존 인물로서의 신미에 대해 "세종대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신미의 동생이자 집현전 학사이기도 했던 김수온의 문집 식우기 중 '복천사기'에 세종대왕께서 신미를 산속 절로부터 불러내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는 기록이 있고, 실록만 보더라도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스승처럼 모셨으며 세종대왕이 돌아가시기 두 달 전 신미를 침실로 불러 법사(法事)를 베풀었다는 기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미가 범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했고 대장경을 깊이 공부했다고 언급한 실록 기사들까지 감안하면 1443년 12월 이전의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드라마화할 만한 근거는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신미를 등장시킨 이유를 밝혔다.

특히 조철현 감독은 "수십 년간 세종대왕과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안다. 그러나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했다. 그분들의 뜻까지 오해받고 있어서 무척 아픈 지점이다. 부족함은 저의 몫이다"라고 호소했다.

지난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의 창제 정설인 세종대왕의 단독창제설이 아닌,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그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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