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파업 열차 탄 노조…현대·기아차 '비상등'
대내외 악재로 5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 좌절 위기
파업 단행시 팰리세이드, 셀토스 등 신차효과 무산
김태우 기자
2019-07-31 11:10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압도적인 비율로 파업을 가결함에 따라 또 다시 생산차질이 예고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환율차이에 따른 것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런 회사 사정에는 관심이 없는 눈치다. 더욱이 각종 대내외 악재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기에 양사 노조 모두 고통분담보다 자신들의 주머니만 챙기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30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5%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기아차 노조 역시 30일 하루간 이뤄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3.6%가 찬성표를 던졌다. 가결 요건인 '재적인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찬성률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과 24일 각각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결렬에 따른 쟁의발생은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게 그간의 관례였으니 양사 노조는 다음주 여름휴가를 즐기고 돌아오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의 여름휴가 기간은 내달 5~9일이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3일부터 11일까지 공장을 멈춘다. 양사 노조는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는 12일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쟁의체제에서도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게 양사 노조의 입장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줬다간 회사가 거덜 날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을 12만3526원 인상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6450원의 30%를 성과급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만 60세인 정년도 64~65세까지 연장하자고 했다. 기아차 역시 같은 액수의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다.


더구나 양사 노조는 올해부터는 연대 투쟁을 하기로 했다며 법원 판결을 초월하는 요구사항도 내놓았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같은 조건의 합의내용을 노조가 패소한 현대차 조합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 사측이 통상임금 합의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중단한 잔업을 복원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을 억대까지 올려주거나 인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퍼줄 상황이 아니다.  


지난 2분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조2377억원과 533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30.2%, 51.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이 중 대부분은 환율 변동에 따른 착시효과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증가액 2870억원 중 환율 효과는 2644억원이었다. 기아차도 전년 대비 오른 1810억원의 영업이익 중 환율효과가 1800억원에 달했다.


판매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상반기까지 실적을 보면 올해 판매목표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상반기 전세계 시장에서 212만761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1%의 감소를 보였고 같은 기간 기아차는 2.4% 감소한 135만대를 팔았다.


올해초 현대·기아차는 연간 판매목표로 760만대를 제시했지만 6월까지 양사 도합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348만대에 그쳤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판매실적은 700만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한 현대·기아차는 올해까지 760만대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불명예를 5년 연속 이어가게 된다.


상반기 판매감소의 주된 원인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상반기 34만6195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를 보였다. 기아차는 11.9% 감소한 15만185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또 미국 시장에서의 리스크도 있다. 이른바 '트럼프발 관세폭탄'인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의 한국산 자동차 적용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법이 발효돼 25%의 고관세가 붙을 경우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으로 생산차질까지 유발한다면 타격은 심각해진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잇단 신차 출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 확대로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부터 미국 수출에 돌입한 대형SUV 팰리세이드는 시작부터 발이 묶인다. 신형 쏘나타의 미국 출시와 제네시스 최초의 SUV GV80 출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소형SUV 셀토스가 국내외에서 신차효과를 보기도 전에 물량 차질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형 K5와 국내전용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파업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추석연휴 이후 신임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에 들어간다. 집행부 교체 이전 회사를 압박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겠다며 여름휴가 이후인 8월 중순부터 추석연휴 전인 9월 초까지 줄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회사의 생존보다 집행부 선거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도 결국 회사의 구성원이고 회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조직이지만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을 무기화 한다는 것은 사회의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며 "저성장 시기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단체행동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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