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결…8월말경 시행 예정
반도체·디스플레이·정밀화학·전기차배터리·공작기계 등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일본이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등 수출규제 대상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서 식품·목재를 제외한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각의(국무회의)는 이같은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서명, 아베 총리 연서, 나루히토 천황 공포 등을 거친 뒤 21일 후 시행되며, 이르면 이달 하순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기업이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 또는 기술 수출시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에 대해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국가로, 일본의 경우 개별허가가 아닌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 등 27개국이 등록됐으며, 한국은 2004년 지정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빠지는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 6월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경제5단체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미국 측에서도 우려를 표했으나, 일본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중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를 비롯한 857개가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게 됐다. 특히 '2번 타자'로 전망됐던 정밀화학·공작기계·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분야는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 또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생산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통상 절차에 따른 허가 발급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군사전용 우려를 들어 언제든지 불허할 수 있어 안정적인 거래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선박과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한국선주협회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온 수출 전선에도 더욱 먹구름이 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61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11.0% 감소했다. 전체 수출물량이 늘었음에도 단가 하락의 영향을 받은 △반도체(-28.1%) △석유화학(-12.4%) △석유제품(-10.5%) 등 주력제품의 실적이 저하된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가 이와 관련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힌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생산차질이 본격화되면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측이 1년 이상 준비한 끝에 감행한 '기습'인지라 대처방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이를 교훈삼아 소재 국산화·다변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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