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공포했다. 이 개정안이 지난 2일 각의를 통과한 뒤 한국은 초비상이다.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이번 일본의 수출무역관련 개정안은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일본기업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일반 품목도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일본 정부의 별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 6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합천 원폭복지회관 입구에 '원폭 피해 후손회'에서 제작한 일본 불매운동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발 악재에 대처하는 기업과 정부·정치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최근 기업들은 냉정을 유지하면서 ‘위기에서 기회를 찾자’며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쟁하듯 자극적인 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명확한 계획보다는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이상론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 오늘이라도 등을 돌리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

정부 등에서 내놓고 있는 소재·부품 강화 전략은 연 단위 계획이 대부분이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부품을 조달한다고 해도 당장 일본산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분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일본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다면 우리 기업들이게 가해질 1차 피해의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나사와 기계 등 비규제 품목 하나 하나에 딴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보다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유리하지 않은 판세에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계산된 전략이 필수다. 과거 영화 머니볼로도 소개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클랜드는 2000년대 초 메이저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구단 중 하나였다. 돈으로 실력이 검증된 선수를 마음껏 영입할 수 있는 ‘빅마켓’ 구단도 아니었다.

그러나 빌리 빈 단장이 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를 팀 운영에 접목하면서 성적이 급반등했다. 적은 예산으로 부자구단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면서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돈=전력’이라는 기존 야구판의 고정관념도 뒤집었다.

오클랜드는 냉철한 계산과 치밀한 준비가 전력 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케이스다. 앞으로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감성을 자극해 악감정을 키운다고 없던 소재·부품 기술력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이성적 판단에 따라 공격·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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