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 상황에도 미래시장 경쟁력 확대 드라이브
이 부회장, 위기탈출 ‘구심점’…컨트롤타워 부재 속 부담 확대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불확실성 극복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 시계가 더욱 빨리 돌아가고 있다. 일본이 ‘무역보복’ 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차별화 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미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이 핵심 소재·부품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달 초 이후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신제품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 방진복을 입은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달부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12Gb LPDDR5' 모바일 D램, △세계 최초 '6세대 V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차세대 서버용 고성능 SSD·고용량 D램 모듈, △업계 최초 1억800만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양산 소식을 전하며 반도체 시장 선도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 제품들은 고성능·고효율 반도체가 요구되는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D램과 V낸드의 경우 더 빠른 속도와 저전력을 구현해 ‘초저지연’이 특징인 5G 시대에서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1억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공개하면서 업계 1위인 소니와의 격차도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5G 등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 매진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전환’ 등 고성능 반도체 중요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5G 인프라 확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글로벌 데이터 트래픽 추이와 향후 상용화 될 사물 인터넷의 기기간 통신 데이터 급증에 대비하며 향후 자율주행차, VR 등 4 차산업혁명 신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보복’ 등이 얽히면서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리더십’을 중심으로 역풍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전부터 사실상 반도체·부품 사업에 비상을 걸었다. 지난 6월 초부터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진 등과 잇달아 회동하며 경영 전략과 시장 대응 방안 등을 심사숙고 해왔다.

지난달 일본 출장을 다녀온 이 부회장은 이달부터 현장경영에 집중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비상회의를 열고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한 이 부회장은 온양캠퍼스와 평택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기흥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을 차례로 점검하고 있다.

   
▲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제품들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컨트롤 시스템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안팎을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미래전략실의 조정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해온 사업지원TF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이 부회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상황을 수습하면서 회사를 끌고 가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검찰 수사 등으로 구심점이 흔들릴 경우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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