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 직격탄 반도체 업계…위기 극복 분주
매출 줄어든 유통 업계…"한국 받는 피해 더 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확정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경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외교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경제 문제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향후 한·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이에 미디어펜은 3회에 걸쳐 한·일 갈등을 불러온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강제징용 판결에서 백색국가 제외까지
②한일 경제 전쟁 직격탄 맞은 국내 기업들
③반일이 애국? '감정 보복' 넘어서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로 불거진 한‧일 경제 전쟁의 피해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수출 특혜 해제 조치에 ‘반일 운동’으로 맞서고 있지만, 감정적 대응으론 사태가 더욱 악화될 뿐이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양사는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었지만, 예년 같지 않은 업황에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특혜 해제가 더해지자 위기는 배가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 소재 업체를 비롯해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소재로 공정을 대체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책 강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방위로 힘쓰고 있다.

국내 항공 업계도 한‧일 경제 전쟁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일본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일본 노선을 운휴‧감축하는 등 ‘반일 운동’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의 일본 노선 매출은 10% 초반이지만, LCC들의 매출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에 피해를 주기 보단 국내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 지난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항공 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일본 노선을 줄이고 중국‧동남아 노선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진에어가 일본 노선 운휴‧감편에 들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여기에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까지 더해져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지할 곳 없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처참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불과 한 달 전까지 글로벌 SPA(제조·유통일괄형) 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유니클로는 매출이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으로 유니클로 매장 중 한 곳의 폐점을 결정하기도 했다. 

유니클로의 경우 유니클로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리는 ‘유파라치(유니클로+파파라치)’가 생겨나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의 대표 격인 유니클로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반일운동’의 표본이 된 것이다.

ABC마트 코리아의 지분 99.96%가 일본 ABC마트인 것이 밝혀지면서 이 회사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밖에도 한국콜마는 ‘반일운동’에 회의적인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일본 화장품 업체 DHC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 매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불매운동 소식을 접한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유니클로, ABC마트, DHC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적이 아닌 한국인”이라며 “그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감정만 앞세운 반일운동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