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어떤 대일 메시지를 발신하고, 또 이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반응에 따라 현재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한일 갈등이 봉합 국면을 맞을지, 확전 양상으로 갈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면서 수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된다”며 “결기를 갖되 냉정하면서도 근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13일 국무회의에서는 민생경제 발언으로 회귀, 일본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응하면서도 우리경제 전반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함께 차질 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청와대에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실망스럽고 안타깝지만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만 해도 일본을 향해 “이기적 민폐행위”라고 분노하는 등 날선 비난 발언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 관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평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청와대


우리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15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협상에 나설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면 광복절 직후인 16~17일 제3국에서 예정된 한일 외교차관 회담과 오는 21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실질적인 협의를 기대해볼 수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광복절 직후 제3국에서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외교 차관 회담에서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기존의 ‘1+1(한국기업+일본기업)’ 기금 마련안에 ‘+α(한국 정부)’를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일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협의에 진전이 있을 경우 오는 10월 일왕 즉위식에 정부 고위급인사가 특사로 참석하고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이 변곡점 마련에 실패한다면 아베 총리의 8.15 계기 발언과 특히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 따라 당장 24일 우리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확전을 시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우리의 백색국가에서도 일본을 제외하는 조치를 이미 취한 정부는 아베 총리가 가장 아파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에 적극 대응하면서 이 카드를 국제무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독도방어훈련에 국산 D램의 대일 수출 제한 가능성까지 정부발로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8.15 광복절을 넘기면서 24일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여부, 28일 일본정부의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개정안 시행 등이 확정되면서 한일 갈등이 봉합될지 아니면 장기화될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광복절 경축사에 최종적으로 담길 메시지와 이에 따라 일본과 북한 등 주변국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도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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