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발표한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도 어김없이 싯구가 인용됐다. 일제강점기 소설가‧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심훈(1901~1936), 역시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기림(1908~?)의 시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 앞부분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독립선열들의 강인한 정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 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 국민들 가슴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심훈이 1930년에 쓴 대표적인 저항시 ‘그날이 오면’의 일부분이다. 그의 소설 ‘상록수’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방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며 김기림의 ‘새나라 송(頌)’의 싯구를 말했다. 

김기림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작가로 6.25 때 납북돼 사망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 싯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처음 맞은 2017년 추석 때 영상을 통해 내보낸 대국민 인사말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다”며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낭송했다.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 때에는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하며,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설 명절 인사말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언급하며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적었다.

지난 6월 스웨덴을 국빈 방문했을 때에는 신동엽 시인의 1968년 작품인 ‘산문시1’을 인용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스웨덴 의회 연설을 통해 “스웨덴은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이상적인 나라였다”며 “1968년, 한국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절 한국의 시인 신동엽은 스웨덴을 묘사한 시를 썼다. 한국인들은 이 시를 읽으며 수준 높은 민주주의와 평화, 복지를 상상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 오사카 방문 당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을 인용며 “여러분은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결코 조국을 잊지 않았다”고 재일동포들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항일 시인 이육사의 삶을 다룬 소설 ‘그 남자 264’를 읽고 작가 고은주 씨에게 독후감을 담은 편지를 보내고 “육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고, 특히 그의 시 ‘광야’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청와대

그런 한편, 문 대통령 특유의 감성 터치 화법은 대통령 연설문을 책임지는 시인 출신인 신동호 연설비서관의 역할과도 무관치 않다.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이던 198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한 뒤 ‘저물 무렵’ ‘세월의 쓸모 : 그리움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신 비서관은 한양대 국문학과(85학번) 재학 시절 대학 1년 후배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신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2015년 2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취임한 뒤 비서실 부실장으로 메시지 특보를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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