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미사일 도발·도 넘은 망발에도 침묵으로만 일관
   
▲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의 일본을 향한 반일 종족주의의 기운이 날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충분히 예상가능하듯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관계 또한 날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외교는 실리다.'라는 고리타분한 격언 조차도 문재인 정권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한줌의 실리도 잊은 채 백년도 지난 과거의 사건에 명분을 두고 가타부타하는 꼴이 참으로 우스울 지경이다. 

나는 과거 조선이 일본에 대해 겪었던 그 치욕의 역사를 말끔히 묻어버리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틀림없이 일본은 제국주의의 악령이 씌여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고 천인공로할 짓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는 것은 과거의 치욕을 씻겠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실리를 놓치게 된다면 우리에게 남게되는 건 명분을 따질 힘조차 하나도 남지않은 문드러져버린 국가라는 점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조선시대 한 왕이 떠오른다. 외교적 사리판단이 뒤떨어져 결국 조선을 멸망시킨 무능력한 왕이었던 고종도 떠오른다. 하지만 고종보다 더 어울리는 왕이 있다. 바로 인조다. 인조는 쿠데타를 일으켜 광해군을 몰아냈다. 

대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왕들이 그랬듯이 인조는 자신의 쿠데타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었다. 쿠데타를 정당화할 방법은 간단하다. 그 대상을 악마로 만들면 된다. 그 대상이 악마가 되면 그 악마를 향한 그 어떤 행위도 정당화된다. 인조는 그렇게 광해군을 '적폐'로 몰았다. 

인조는 광해군의 정책을 적폐로 여겼다. 광해군의 외교적 안목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명나라가 쇠퇴하고 후금이 강세해질 것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두 국가 사이에서 중립적인 외교를 지양했던 광해군식 외교도 인조에게 '적폐'일 뿐이었다. 

그렇게 인조는 사리 판별하지 못했던 당시 사대부들과 함께 끝까지 '반금친명'을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실리를 적폐로 몰고 명분을 외쳤던 이들의 말로를 안다. 삼전도에서 인조가 대가리에 피가 터질정도로 머리를 땅바닥에 받고 있을 때에는 결코 명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적폐는 결코 국익을 위한 자기 희생이 아닌 순수하게 정치적인 자기이익적 행위이다. 누군가를 적폐로 몰고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광란 속에서 결코 실리를 바라봐야한다는 이성의 목소리가 들릴 턱이 없다. 이것은 전적으로 광란적 행위다. 여기에 빠진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의 결과를 두눈 시퍼렇게 뜨고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다. 

   
▲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5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단 한번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삼전도의 굴욕 이후 청나라와의 화친의 징표로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불모로 끌려갔다. 소현세자는 인조와 달랐다. 청나라에 끌려가서도 명분에만 집착해 분노하고만 있지 않았다. 당당하며 동시에 실리적으로 어떻게 청나라가 명나라를 이길 수 있었는지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렇게 9년간 청나라에서 불모로 잡혀있었지만 소현세자는 명분이 아닌 실리에 기반해 행동했고 청나라에서 조차도 인정받았다. 이후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백성들이 비겁한 인조가 아닌 소현세자를 더욱 반긴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조는 삼전도에 머리를 박고 나서도 여전히 명분이라는 악귀에 들려있었다. 그는 소현세자가 귀국했을 때 연회조차 배풀지 않았다. 인조는 이미 소현세자를 자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적폐'로 생각했다. 

이 적폐의 끝은 참으로 참담하다. 역사는 소현세자가 인조의 방관에 의해 타살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들이 죽고 난 뒤 인조는 담당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대신들의 간청조차 무시했고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을 형편없이 열었으며 소현세자의 세 아들을 제주도로 유배시켰다.

명분이란 악귀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도 깨달음이 없이 실리를 따지는 자신의 아들까지도 적폐로 몰았던 인조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하는 건 과연 과장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백년전 일제의 침략에 대해 일본의 30번이 넘는 사죄가 진실성이 없다면서 지금의 '외교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을 이기겠다.'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않겠다.'라는 선전구호에 어떤 실리가 남아있는 것일까? 

인조가 국가를 파멸로 이끄면서까지 명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에 충성을 다했던 것 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을 파괴하면서까지 따라야할 또 다른 '명나라'가 있는 것 아닐까? 북한은 '겁먹은 개'라며 우리나라를 향한 조롱을 퍼부었다. 

이에 청와대는 '북쪽에서 쓰는 언어가 우리와 다르다'며 북한을 옹호한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5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단 한번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로 '대통령이 나서 맞대응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 밝혔다. 인조에게의 명나라가 문재인 대통령에게의 북한과 같다면 과연 과장일까? 

왜 문재인 정부는 6.25를 일으키고, 천안함, 연평도 제1,2차 사건을 일으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에 대해서는 단 한번의 사과도 요구하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의 30번이 넘는 사과는 진정성 까지도 운운하며 거절하는 마당에 왜 북한에게는 사과조차도 요구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북한에 대해선 대통령이 직접 대응하면 좋지 않다고 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반일감정을 요구하는 것일까? 나는 참으로 의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인조의 어두움이 일렁거린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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