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北 '막말'로 무색해진 文 광복절 경축사 ‘이념의 외톨이’ 경고
김소정 부장
2019-08-16 18:27

   
김소정 외교안보부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74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한 손을 북한과 잡고 다른 한 손을 일본에 내밀고 싶은 문 대통령의 희망을 반영했다. 청사진일 뿐인데도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서는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을 치르면서 문 대통령의 한 손만큼은 견고한 ‘우군’을 향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겪는 와중에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을 기념할 때 국민만큼 든든한 우군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광복절에 “분단을 극복해 광복을 완성하자”고 말하면서도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평소에는 정치적으로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광복절이라는 중요한 국가기념일만큼은 야당을 껴안고 함께가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통합될 수 있다. 


설마 문재인정부에게 보수진영의 국민은 싸워야 할 대상이고, 야당보다 북한이 더 우군인 것일까. 어쨌든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단합을 요구하면서 핵보유국 북한을 경계하는 야당을 비판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다음날 북한의 저질 막말과 미사일 도발을 받았으니 ‘국가의 자존심’을 염려해야 할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앞으로 “‘평화경제’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경제강국’이 되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나가자”며 ‘교량국가’로서의 역할을 제시했다. 모두 북한의 협력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핑크빛 청사진 제시는 북한에 통하지 않았다. 북한은 다음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할 노릇”이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누구나 경천동지할 막말이다.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발언은 이날 처음 나온 것이 아니고, 지난 수석‧보좌관회의 때도 언급됐다. 당시 “남북경협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따라잡을 수 있다”던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북한은 16시간도 안돼 미사일을 쏘아대며 “남조선은 맞을 짓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까지 평화경제를 다시 꺼내들었고 이번에는 국내외 여러 자료들을 제시하며 조목조목 부연했다. 성공할 가능성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남한과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잇따르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그 중 가장 뚜렷한 것은 북미협상에 문재인정부가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든 더 이상 문재인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여전히 북한의 막말과 도발을 우리민족끼리 투정하는 정도로 치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재인정부의 외교력은 미국, 일본과 같은 우방국에서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16일에도 청와대는 대통령 대신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고, 북한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니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수준 낮은 막말에 대해서는 청와대나 정부에서 나온 입장이 특별히 없다. 

  

북한의 이번 조평통 담화 중에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현재 한국이 진행 중인 한미연합훈련과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비난한 대목이라고 보여진다. 북한이 자신들은 새무기 개발을 하기 위해 연일 미사일을 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무인기와 전투기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무장하지 말라는 주장이나 다름없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 흔들기와 함께 우리 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에도 ‘북한의 대남 막말이 북한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며 안이한 해석을 내놓을까봐 우려된다.


국가의 외교정책이란 것은 국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외교를 통해 국가의 지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지금 김정은정권과 트럼프행정부의 막나가는 태도에 적절한 대응도 못하면서 북미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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