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영향 덜 받고 재초환 부담 적어…소규모 일반분양·조합원 부담금 우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 도시 정비사업장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일대일 재건축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질 확률이 커 수익성 저하의 우려가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사정권에 들어 방안으로 내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19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에서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한 단지는 총 107곳으로 7만4000가구에 달한다. 재개발은 48곳, 8만4000가구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인 입주자모집공고 직전 단계에 속하는 관리처분인가 및 착공에 이르지 못한 단지가 약 16만 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국토부는 8·12 부동산대책에서 정비사업장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범위를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에서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으로 변경했다. 

이 가운데 서울 주요 도시 정비사업장들이 분주하게 주판을 두들기고 있다. 이미 이주와 철거를 진행한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선분양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지들은 '일대일 재건축'를 검토하는 등 핵법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착공에 들어간 85개 정비사업 단지 중 일반분양 승인을 받지 않은 10개 단지(3500가구)는 10월 전까지 분양을 서두르면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일대일 재건축은 현재 가구 수와 동일한 가구 수로 재건축을 할 수 있다. 현행법에 일반분양이 30가구 미만일 땐 분양승인 대상에서 제외돼 일대일 재건축을 하게 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소규모 일반분양도 가능하다. 

일대일 재건축은 무엇보다도 전용 면적 85㎡ 이하의 소형 가구 30% 이내 배치, 임대 가구 비율 유지 등에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세 차익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일반 재건축 단지보다 초과이익환수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할 수 있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용산 '래미안 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다. 재건축 당시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5~6억원에 이를 정도로 높았으나 아파트의 몸값이 8~10억에서 현재 30억원 가까이 올랐다. 아크로리버뷰(옛 신반포5차·작년 6월 입주), 삼성 홍실아파트(내년 6월 이주 예정) 등도 일대일 재건축을 통해 오히려 시세를 끌어올렸다. 다만 일반 분양분으로 건축비를 충당해야 하는 일반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건축비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크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대일 재건축은 규제의 영향을 덜 받고, 초과이익환수금 부담 저하 등 일반 재건축 단지보다 자산가치가 상승할 수 있어 대안이 될 수는 있다"며 "다만 일반분양이 없거나 소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어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들의 셈법이 매우 복잡할 것이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정부의 제도 사정권에 들게 되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민간택지에서 추진되는 리모델링 단지 중 증가하는 가구 수가 30가구 이상으로 입주자모집 승인 대상이 되면 상한제가 적용된다. 정부가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정안에서 별도로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과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39곳, 2만8221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서울 잠원 동아, 옥수 삼성, 가락 금호 등 15곳, 1만4371가구는 사업 첫 단계인 추진위원회만 설립됐다.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15년 이후부터 추진이 가능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 기존 골조 등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평면 구성 등에 한계가 있지만 용적률 제한이 거의 없어 정비 업계에서 검토되는 대안 중 하나였다.

10월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에 나서는 단지 말고는 사업을 일시 중단하는 재건축·재개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사업 위축으로 공급량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이나 일대일 재건축은은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많이 낮아 비용이 늘면 조합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며 "사실상 이번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장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이다"며 "선분양을 한다고 해도, 10월 전까지 시기를 맞추기 힘든 사업장이 태반이다"며 "서울은 새집을 지을 땅이 없어 재건축, 재건축 일반 분양이 결국 공급량인데, 이같은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서울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