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 현대차그룹 본사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까지 도보 행진 및 농성
황인학 한양대 특임교수 "노조, 오너 재판 중이면 파업 철회하고 현장 복귀해야"
전삼현 숭실대 교수 "복수 노조 해체, 불법성 내포…장기 파업, 신의칙 위반 논란"
   
▲ 20일 전국민주노동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유성기업 지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사진=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9년간 이어온 파업을 종식해달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또 다시 상경 투쟁에 나섰다. 이에 노조가 회사 사정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본업을 내팽개 치고 있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 소속 50여명은 지난 20일 오전 10시 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양재역→강남역 사거리→테헤란로→삼성동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순의 행진을 시작했다. 

유성기업 노조는 "1세대 노동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은 9년째 노조파괴가 진행형인 유성기업 사태를 알고 있느냐"며 "한광호 열사정신 이어받아 노조파괴 끝장내자"는 피켓을 들고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걸었다. 이어 12시 50분 경 강남구 삼성동 소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 도착해 "노조파괴 9년이다. 류시영이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정훈 유성기업 노조 영동지회장은 "류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노조법 위반으로 1년 2개월간 복역하고 나왔다"며 "류 회장은 창조컨설팅에 상납함으로써 노조파괴 행위를 정리하지 않았고, 변호사 비용 수십억원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배임·횡령죄로 3년 6개월형을 검사로부터 구형받았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류 회장은 노조가 파업을 멈춰야 교섭할 수 있다는데, 우리가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 왔음에도 건물 셔터를 내리고 진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류 회장은 이 같은 얄팍한 수법으로 교섭을 미뤄왔다"며 "상경투쟁을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류 회장에 대한 구속 투쟁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에 대한 재판 선고 기일은 오는 9월 4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3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에 유성기업은 노조의 장외 투쟁에 대해 "노조는 충청남도지사와 아산시장이 제안한 종교계 중재에 의한 집중교섭과 교섭기간 중 상호 자극행위 금지제안을 거부하며 파업 및 2차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며 "회사와 경영진, 재판부를 압박하는 투쟁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맞섰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노조는 대전지방법원 및 천안지원·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거의 매일 시위를 하고 있다"며 "'류시영 구속' 등을 표시한 조끼를 착용하고 일사불란하게 재판정에 출입해 재판부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법원의 재판 진행이나 판결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기피신청을 한다"며 "판결문을 찢고, 재판 연기가 노동자를 죽였다고 하는 등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조컨설팅 건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는 창조컨설팅에 비용을 집행한 것을 두고 배임 및 횡령이라며 류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 건은 2011년 창조컨설팅에 대한 자문료와 직원 교육비 관련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유성기업은 2012년 이후 발생된 사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건이 한 건도 없는데, 노조는 노조파괴행위라고 선동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같이 노사 갈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노조가 공장을 비움에 따라 유성기업 아산과 영동 공장에선 관리직 직원들이 생산 작업에 나서는 등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례로 2014년 30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400억원으로 곤두박칠 쳤고, 급기야 지난해엔 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점유율도 매출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0년 70%대를 유지하다가 점차 떨어져 40% 수준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노조는 9년째 파업을 해제하지 않고 있어 노조가 '염불보단 잿밥에만 관심을 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인학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특임교수는 "한국의 현재 전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노조 이기심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노조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졌고, 회사 오너의 재판이 진행중이면 본업에 종사해야 한다"며 "마음이 다른 데 가있는 노조는 정치적 시위를 그만 두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노사 교섭은 취업규칙에 한해서 이뤄지는 것인데, 복수 노조 해체 등을 요구하는 것은 파업의 불법성을 내포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 교수는 "근로자 권리라는 것도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 때, 이익이 날 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회사가 어려운데 이 같은 장기적 파업을 행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설했다.

그는 "신의칙 위반에는 손해배상이 뒤따른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병가를 내 급여를 타가는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할 수도 있어 하루 빨리 판례를 통해 기준이 정립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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