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60일, 지정생존자'가 종영했다. 인기 미드(미국드라마)의 리메이크작으로 처음부터 주목 받았던 이 드라마는 한국적 현실을 반영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하면서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도 던졌다. 

20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 최종 16회에서는 테러 사건의 청와대 내부 공모자가 한주승(허준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체포됐고, 박무진(지진희)은 대통령 출마 선언을 철회했다. 

박무진은 60일의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공정한 대통령 선거 관리로 마무리짓고(대통령으로 배종옥과 안내상 중 누가 당선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업인 대학교수로 돌아갔다. 

물론 그걸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박무진의 인간됨에 깊이 매료된 차실장(손석구)과 정비서관(최윤영) 등은 박무진을 찾아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달라며 열린 결말로 여운을 남기며 드라마가 마무리됐다.

   
▲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포스터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최종회에서는 드라마가 현실 정치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분명한 메시지도 담아냈다. 박무진 권한대행과 한주승 실장을 통해서다. 

한주승은 테러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후 박무진에게 "모든 혁명에는 희생이 따른다"며, 박무진이 대통령이 돼 자신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박무진의 '선택'은 대통령 출마 선언 철회였다. 

박무진은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사당 테러의 내부공모자가 지금 우리 비서진에 있다. 권한대행인 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책임질 줄 아는 자세로 가장 유력했던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저와 여러분의 자부심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이런 박무진에게 한주승은 "내가 박대행 만큼 성실하지 못해 실패한 것 같나. 내가 이 나라에 대해 열정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 같나.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고려 대신 책임감과 신념을 선택한 박무진을 비판하면서 "결국 박대행도 실패할 거다. 양진만 대통령처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무진은 "양 대통령은 실패하지 않았다. 저 또한 실패하지 않을 거다. 시행착오는 겪게 되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르지 않나"라고 역사 앞에 당당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60일, 지정생존자'가 마지막으로 전한 이 메시지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던진 경고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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