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중국전 위작(僞作) 뒤범벅…정말 이 정도였나?
23일 중국전 마무리…'작품 세탁' 의혹은 더 커져
출품작 전수 조사와 문체부 조사, 검찰 수사 있어야
편집국 기자
2019-08-22 10:22

   
조우석 언론인
이 나라가 왜 이 지경인가? 전에 없던 종류의 미술품 세탁 혐의 앞에 왜 모두가 쉬쉬하는가? 우리문화재가 이렇게 망가져도 좋단 말인가?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위작(僞作) 서화 상당수가 중국전(展)에 출품됐다는 의혹 문제인데, 시간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에서 개막한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 특별전 얘기인데, 문제의 전시는 내일, 그러니까 23일로 일단락된다. 하지만 의혹은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도 안 되는데, 도저히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하시겠지만 첫 의혹 제기한 것은 필자였다. 개막 뒤 미디어펜 지면(6월 18일)에 첫 글을 썼다.


'추사 중국전에 위작 섞였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이란 제목의 조심스러운 글이었는데, 보름 뒤 같은 의혹이 다른 매체에 의해 제기됐다. 국내 언론 UPI뉴스가 7월 2일 '위작시비 추사 작품 중국전 출품…작품세탁 논란'을 보도한 것이다. 내용도, 시각도 흡사했다.


지난해 문화재청 보물 심사 때 위작 시비 때문에 탈락한 작품 '계산무진(谿山無盡)'과 '명선(茗禪)' 두 점을 중국전에 포함시킨 건 전형적인 작품 세탁 혐의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놀라운 건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의 무책임하고 뻔뻔한 태도다. 그들은 7명의 심의위원회에서 출품작을 선정했으니 우린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게 UPI뉴스의 보도다.


   
추사 중국전 출품작 117점 대다수가 위작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누가 봐도 형편없는 태작(駄作)까지 수두룩하다. 그 중 하나인 '산수국화(山水菊花)'. 꽃과 잎 묘사와, 그림 주변을 둘러싼 화제(畵題) 글씨까지 너무도 수준 이하라서 졸작 중의 졸작으로 지목된다.


꿀 먹은 벙어리 심의위원 7인


밝혀진 심의위원은 최완수(간송박물관장), 이완수(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규선(선문대 교수), 권창윤(서예가), 김양동(서예가), 김영복(고미술가), 우찬규(고미술상)인데, 놀라움은 계속된다. 전문성에 먹칠을 당한 그들은 혐의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는 게 순서였다.


뜻밖에도 그들의 선택은 침묵이었다. 저들이 꿀 먹은 벙어리라면,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조사에 나서든가 언론이 움직였어야 했다. 당장 문제가 된 게 '계산무진'과 '명선(茗禪)'이지만, 출품작 117점 중 위작이 어느 정도 규모인가는 더 큰 의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걸 파악하기 위한 전수(全數)조사와 시비의 전말 확인은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이 명백한 의혹 앞에 지난 두 달 관련 학계, 주무부처, 언론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던  차에 미술사 분야 최고 전문가 강우방(78·전 국립경주박물관장) 전 이화여대 교수가 나섰다. 그는 천지일보에 '북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사 예술혼의 대참사'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중국전은 "대담무쌍한 국제적 사기극"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예술의전당이 언론에 보낸 홍보자료로 보낸 것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홍보자료에 수록된 13점 가운데 '난' 그림 2점을 포함한 11점은 말이 필요 없는 위작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글씨로 위작인 까닭을 거론하기도 부끄럽다. 자신 있다고 배포한 홍보자료가 그러할 진데 출품작 117점 전체의 작품의 질을 가늠하기 어렵지 않아 두렵기 짝이 없다."


그럼 어느 정도란 말일까? 강 교수가 필자에게 전화로 확인해준 바에 따르면, 출품작 중 자신이 사진으로 확인한 건 50~60점이다. 놀랍게도 거의 대다수가 가짜 글씨에 가짜 그림에 해당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품 출품작에 일부 위작이 섞여든, 그런 차원이 아니란 얘기다.


더 기막힌 건 누가 봐도 형편없는 수준의 태작(駄作)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주최 측이 홍보용으로 공개한 13점 중 두 점을 예로 들자. 일차로 '산수국화(山水菊花)'(가로 22.8센티, 세로96.5센티).  국화꽃과 잎사귀 묘사와, 그림 주변을 둘러싼 화제(畵題) 글씨는 너무도 졸렬하고 유치찬란하다. 전체 구도와 글씨까지도 그러해 졸작 중의 졸작이다.


   
추사가 여섯 살에 썼다는 '입춘부(立春賦)'. 어린애 글씨를 흉내 내 어른이 고의로 삐뚤빼뚤하게 쓴 위작 혐의가 짙다. 이런 괴발개발 그린 글씨를 용납할 어른도 없지만 그게 무슨 보물이라고 수백 년을 보관해왔다는 것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말이 필요 없는 위작"


아무리 작품 세탁을 하려 했다지만, 이런 졸작까지 추사의 것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니 분노가 절로 치민다. 추사가 여섯 살에 썼다는 '입춘부(立春賦)'도 어이없다. 누가 봐도 어린애 글씨를 흉내 내 어른이 고의로 삐뚤빼뚤하게 쓴  장난질에 해당한다. 생각해보라.


서예를 시작할 때 누구나 반듯한 정체(正体) 쓰기부터 시작하는 법이지 이렇게 붓을 들어 장난치듯 괴발개발 그리는 경우란 없다. 그걸 용납할 어른도 있을 리 없지만 더구나 그게 무슨 보물이랍시고 수백 년을 보관해 오늘에 이르렀다? 저들의 치졸한 위작 장난질과, 빈곤한 상상력에 허탈감마저 든다. 그리고 결정적인 의문 하나를 지울 수 없다.


어릴 적 그의 글씨를 포함해 추사의 글씨와 그림이 이토록 양적으로 엄청났던가? 왜 듣도 보도 못했던 것들이 요즘 들어 튀어 나오는가? 누군가가 공장에 숨어 '돈이 되는' 추사 글씨를 양산하고 있으며, 그게 이번 전시회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런 문제제기는 당연하다. 우리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전시회가 이뤄지고, 천문학적 보험금까지 들여 운송했고, 한중 우호친선이란 목표로 한 국제적 전시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예술의전당 측은 무슨 영문인지 전시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도록(圖錄)을 제작하지 않고 있다. 위작 시비 확대를 두려워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누군가가 대답을 해야 하고, 책임 져야 한다. 자백할 리 없다면 당국의 수사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강우방의 이번 비판 글은 막연한 개탄이 아니다. 미술사학자로 활동하는 두 사람의 실명(實名)을 들고 있어 주목된다. 최완수(간송박술관장)와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두 명이 문제의 인물이다.


최완수는 이 전시에 공개적으로 간여했지만, 유홍준은 뒤에서 영향력을 끼친 사람으로 지목되고 있다. 놀랍게도 둘은 대중에게는 추사 연구의 대단한 권위자로 알려졌지만, 그들은 외려 정반대라는 것이 강우방이 쓴 천지일보 글의 지적이다. "(둘은) 붓글씨를 올바로 써보거나 사군자를 그린 적이 없어서 작품의 진위를 구별할 줄 모른다".


또 미술사연구의 기본인 "이른 바 '작품 조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폭로다. 미술사학에서 작품 조사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실험이나 관찰을 할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인데, 두 사람은 묘하게도 추사에 대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위 논란 때문에 지난해 2월 문화재청 보물 지정 과정에서 탈락했으나 중국전에는 버젓이 출품된 '계산무진'(계산은 끝이 없구나). 추사 '작품 세탁'의 전형적인 케이스의 하나로 지목된다.


최완수-유홍준 입장 밝히라


단지 개설서나 교양서가 전부라는 지적은 실로 뼈아픈 것이다. "최완수와 유홍준이 사실상 까막눈"이라는 비판을 완곡하게 한 것이다. 이게 인격모독이 아니고 미술품 세탁과 관련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지적이라면 두 사람은 성실하게 응답할 책임이 있다. 최완수는 '미술사와 결혼했다'는 평판이 있고, 유홍준 역시 대중적 명성이 크다.


개인적 명성이 문제가 아니다. 대중은 간송 콜렉션을 우리 문화재의 보물창고로 여기지 않던가? 그리고 백 번 고쳐 생각해도 이런 의구심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 아시겠지만 이번 전시회는 1년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치바이스(齊白石)와의 대화전'에 이은 국가 교류전이다.


이런 전시회에 장난질을 했다는 건 용서 못할 범죄행위다. 그리고 이 정도 사안에 모두가 쉬쉬하는 건 미술사학계와 고미술업계 그리고 주무부처까지 몽땅 망가졌다는 뜻이다. 당신들이 계속 침묵할 경우 또 다른 의혹도 밝힐 용의가 있음을 밝혀둔다. 그리고 첫 칼럼의 내 입장이 아직도 유효하다.


"한국 문화계를 대표하는 분들인 강우방과 최완수-유홍준 중에서 어느 한 편은 틀린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생산적 논쟁이 가능할까? 학계의 자체 여과 과정을 기대할 수 없다면 주무부처 문화관광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진상조사팀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단순한 착오나 학문적 견해차가 아니라 무언가 냄새나는 결탁과 음모가 있었는지도 밝히는 게 필수인데, 이미 거대한 의혹으로 번진 이 사안을 대충 덮을 순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것도 유야무야된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도 생각 못할 게 없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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