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근로시간 단축 경제 비명에 안보까지 위협…총체적 위기
   
▲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이놈의 디스코 팡팡은 언제 설 것인가? 놀이공원의 디스코 팡팡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아니, 대한민국 전체가 디스코 팡팡에 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디스코 팡팡은 둥그런 원반처럼 생겼다. 사진을 보시라! 가장자리를 따라 의자가 붙어있고, 의자 뒤에는 앉은 채 팔을 뒤로 돌려 붙잡을 수 있는 안전 바(Bar)가 있다. 사람들이 의자에 앉으면 귀가 멍멍한 디스코 음악이 요란히 울리면서 원반 전체가 상하, 좌우로 팡팡 튄다. 사람들도 팡팡 튄다. 안간힘을 다해 안전 바를 붙잡지만 몸통과 엉덩이, 얼굴과 다리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엉덩이는 들썩이고, 다리는 덜렁이며, 얼굴은 오만상으로 변한다.

디스코 팡팡 원반은 음악에 따라 춤을 춘다. 리듬과 비트에 맞춰 위아래, 좌우로 튄다. 음악이 부드러우면 부드럽게 움직이나, 비트가 빠르고 급하면 흔들리는 속도와 폭도 빠르고 커진다. 사람들의 요동도 음악에 달렸다. 음악이 빠를수록, 요란할수록 엉덩이는 의자에서 멀리 떨어지고, 다리는 더 크게 흔들거리며, 얼굴의 변화는 더 다양, 다채로워진다. 사지와 얼굴이 내 것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가 없다.

디스코 팡팡의 움직임은 운전자에게 달렸다. 내가 검색해서 찾은 정보에는 그렇게 돼있다. 운전자는 음악에 맞춰 디스코 팡팡을 조작한다. 아래로 떨어트릴 것이냐, 위로 솟구치게 할 거냐,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역회전을 시킬 거냐, 오른쪽 아래로 내렸다가 왼쪽 위로 급부상시킬 거냐, 아니면 위로 올렸다가 급작스레 아래로 처박을 거냐, 이 모든 게 디스코 팡팡 운전자에게 달렸다.

지난밤의 숙취가 깨지 않은 운전자라면 원반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운전자가 애인이 없거나 애인에게서 차인 청년이라면 놀이공원에서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미워 원반을 더 거칠 게 조작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멈추지 않고 한없이 거칠게 날뛰는 디스코 팡팡에 내가 타고 있다는 악몽은 이 나라가 잠시도 가만있지 않아서다. 정책과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나라가 요동치고 사회가 출렁인다. 전전 정권이 정했다는 이유로 폐기된 국가 구호 '다이내믹 코리아'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 탈원전, 소득주도정책,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놓고 옥신각신하더니 친일이냐 반일이냐 입씨름이 한여름 더위를 더 달궈놓았다. 와중에 지소미아(한일정보교환협정) 파기라는 결정까지 내려졌다. 마치 대한민국 전체가 디스코 팡팡에 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연합뉴스

탈원전, 소득주도정책,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놓고 옥신각신하더니  친일이냐 반일이냐 입씨름이 한여름 더위를 더 달궈놓았다. 북한은 미사일로 아침 인사를 보내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의 이중성과 부도덕성, 몰염치, 뻔뻔스러움을 둘러싼 폭로와 변명같은 반박이 줄줄이 쏟아지는 와중에 지소미아(한일정보교환협정) 파기라는 결정까지 내려졌다.

이런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발표되고 까밝혀질 때마다 나는 내가 최악의 디스코 팡팡을 타고 있다는 느낌, 최소한의 리듬감도 없는 디스코 팡팡 운전자가 조작하는 원반 위에서 마구 까불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아니다. 이 조악한 디스코 팡팡에 탄 사람은 나만이 아니고 한국인 모두, 대한민국 전체가 여기에 올라 앉아 "이게 언제면 멈출까, 언제면 내려서 편안히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놀이공원의 다른 탈것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디스코 팡팡을 타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멈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5분이건 10분이건 그 시간이 지나면 평평한 땅을, 안정되고 안전한 땅으로 내려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계속 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 돈 내고 디스코 팡팡을 타는 것이다. 찌푸린 얼굴이지만, 즐거워하면서 짜릿한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것이다.

디스코 팡팡 운전자가 자기 기분에만 맞춰 운전하거나 다른 생각에 빠져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으면 디스코 팡팡은 위험한 탈것이 된다. 사람들은 서로 부딪혀서 다치거나 팔에 힘이 빠져 안전 바를 놓치고 디스코 팡팡 안을 구르게 된다. 더 심할 경우, 원반 밖으로 튀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디스코 팡팡을 '타가다(Tagada)'라고 부르는 영국에선 꽤 자주 원반 밖으로 사람이 '발사된(Launched)' 적이 있는 것으로 검색됐다. 영국 타가다에서 열두 살된 소녀가 발사된 소식을 전한 한 외국 사이트에는 “한국에서는 타가다 운전자의 성격에 따라 타가다를 기분 좋게 타느냐, 무섭게 타느냐가 달렸다”는 한 외국인 디스코 팡팡 이용자의 후기가 실렸다.

디스코 팡팡, 타가다의 진짜 위험은 이 크고 무거운 기계를 함부로 다룰 경우 이것을 받쳐주는 유압식 지렛대가 부러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치고, 기계는 영구히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다. 디스코 팡팡, 한국을 운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제발 기계가 망가질 정도로 흔들지는 마라. 설령 지난밤에 만취가 됐다고 하더라도.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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