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4000억추가부담 퍼주기 합의비판도, 미래차 대비 인력조정 서둘러야
현대차 노사가 모처럼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무더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8월 마지막주 현대차노사가 국민들에게 청량제를 제공했다. 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려다 이를 접고 회사측과 손을 잡았다.

한국경제 최대 걸림돌로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조가 의외의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 아베정권의 치졸한 경제보복과 미중간 무역전쟁 확산, 글로벌자동차산업의 급변이 노사가 손을 잡게 한 요인들이다. 물론 사측의 일방적 퍼주기 비판도 적지 않다. 노사가 지금처럼 위기속에서 손을 잡은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27일 울산공장에서 22차 교섭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원들은 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급 150% +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더 받게 된다. 이익이 급감한 현대차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노조는 당초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정규직 채용확대등을 요구했다. 노조도 상당부분 양보한 셈이다.

임금체계 개편에도 합의했다. 이는 회사측의 추가인건비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아쉽다. 회사가 노사합의를 위해 인건비추가 부담을 떠안았다는 느낌을 준다. 상여금을 현재의 두달에 한번씩 주는 방식에서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회사는 이같은 상여금 지급변경으로 노조원들에게 200만~600만원과 우리사주 15주를 지급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원 연봉은 평균 9000만원이 넘는다. 귀족 근로자들이다. 1년차 신입노조원 연봉도 5420만원에 달한다. 사측은 그동안 고임금에도 신입사원등이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문제를 시정하기위해 노조에 취업규칙 변경을 요구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압박하면서 거절했다.

사측이 이번 합의에서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 현대차로선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까지 승소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기아차와는 상황이 달랐다. 현대차는 기아차처럼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무리하게 양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노조에 대한 퍼주기성 타결로 기아차수준의 높은 임금부담을 안게 됐다.

잠정합의안대로 하면 회사는 연 최대 480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 노조가 파업 강행시 빚어질 생산차질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회사는 4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가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많다.

노사는 이같은 퍼주기비판을 겸허하게 경청해야 한다. 현대차는 문재인정권의 친민노총성향을 감안할 때 노조측과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은 경영리스크를 높이는 것으로 우려했을 수 있다. 수천억원의 추가부담을 안고서도 조기타결로 마무리한 셈이다.

   
▲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가 모처럼 파업없이 사측과 손을 잡았다. 한일경제전쟁, 미중무역전쟁, 중국및 인도 판매급감 등의 대외적 악재에 대해 노사가 위기의식을 같이 했다. 노조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57년 무분규파업을 이어가는 일본 도요타처럼 장기무파업 노사화합의 전기를 조성해가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 노사가 8년만에 파업 등 분규없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과도한 고임금파업파티를 즐겨온 노조가 생산 및 매출정체와 이익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의 경영위기를 타개하는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난달 말 파업찬반투표를 통해 70%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던 노조가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나왔다.

노사가 자동차부품협력사들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도 채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노사는 차량용 부품 소재 산업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노조는 협력업체나 하도급업체 비정규직에 대해선 나 몰라라 했다. 오로지 노조원들의 임금더받기 파업투쟁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합의안에는 사내 하도급근로자 내년까지 2000여명을 직접 고용키로 했다. 이로써 사내하도급근로자 9500명이 전원 특별고용되는 혜택을 입게 된다.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할 때 여론은 싸늘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간 무역전쟁, 트럼프미국행정부의 자동차관세 부과 가능성,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판매 급감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자동차환경속에서 노조가 돈 더받기위해 파업을 할 때냐는 비판이 무성했다.  

노조는 올해 성숙한 타결자세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50~60년대 강력한 파업으로 회사경영위를 맞았던 도요타노사는 이후 57년간 무분규파업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가 노사합의에 의한 생산성향상과 고통분담을 바탕으로 연산 1000만대체제 구축과 연간 30조원안팎의 이익을 내는 세계최고의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했다. 

현대차노사도 도요타노사처럼 무파업을 이어가서 세계자동차업계간 살아남기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량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량 미래자동차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현재의 내연기관이 장착된 자동차는 사라질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자동차산업은 대규모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국 GM은 1만4000명, 포드는 1만5000명, 독일 폭스바겐은 5년간 7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기차 등의 경우 내연기관이 사라지기 때문에 부품수가 급감하게 된다.  

현대차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시대가 본격화하는 2025년까지 현대차는 무려 7000명이상을 줄여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오히려 1만명을 더 뽑으라며 몽니를 부렸다.

세계자동차산업은 수요절벽으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세계자동차산업 생산량은 7100만대에 이른다. 판매량은 6500만대로 600만대가 초과공급상태에 있다. 

현대차 노조는 세계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맞는 성숙한 노사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기존 파업관성을 버려야 한다. 사측과 손잡고 고통분담과 생산성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생산성은 외국 공장 근로자들에게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임금은 중국근로자에 비해 무려 9배나 많다.

현대차의 이익률 4.5%도 도요타의 절반수준(8.6%)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급감에 이어 대안시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도에서도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들어 상반기 인도판매량은 21%나 감소했다. 인도법인은 판매급감에 따라 일시적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차로선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자동차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판매와 이익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품 및 조립감축에 대응한 인력구조조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노사가 회사경쟁력과 생존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조도 인력구조조정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원들의 일자리도 지켜진다. 미국 유럽 일본등 모든 경쟁사들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만 노조 반대로 손발이 묶여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노사가 모처럼 합의의 손을 잡은 것을 계기로 미래경쟁력확보를 위한 손도 잡아야 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시대에도 글로벌 톱 5를 유지하기위한 노사의 성숙한 대화와 위기공유, 구조조정 합의등이 요구된다. 현대차 노사는 손잡고 미래자동차시장에서 혁신선도자로 질주해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