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조 5000억원 규모..."예산만능.재정건전성 악화 안돼"
   
▲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000억원의 '초슈퍼예산'으로 확정됐다.

날로 가중되는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예산만능주의'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을 중심으로 '또 총선용 퍼주기'라는 공세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에 육박하고, 2023년에는 46.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29일 청와대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보다 43조 9000억원 증액된 513조 5000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 

지출증가율 9.3%는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3.8%의 2배를 훌쩍 넘을 정도로 확장적이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했던 지난 2009년(10.6%) 이후 최고 수준의 확장적 재정이 이어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경제가 어려우므로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인 기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퍼주기 식 '방만예산'이란 지적과 함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국가부채 비율이 높지 않지만,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재정으로 모든 것을 계속 해결할 수는 없고, 다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기재부 제공]

△ 혁신성장 역점, 일자리예산 사상 최대

정부는 우선 혁신성장 가속화에 올해(8조 1000억원)보다 59.3% 많은 12조 90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에 대응해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을 위한 자금공급에 올해보다 163%(1조 3000억원) 늘어난 2조 1000억원을 투입하고, 추가 소요에 대비해 목적예비비를 5000억원 증액하며,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

데이터와 5세대(G)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사업에는 46.9%(1조 5000억원) 늘어난 4조 7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무역금융을 4조 2000억원 확대해 수출 부진을 해소하고, 정책자금 14조 5000억원을 풀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애로를 덜어준다.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에 올인하면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23조 9000억원으로 27.5%(5조 2000억원) 늘려, 증가율은 12개 예산 분야 중 가장 높다.

미세먼지 대응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환경예산은 8조 8000억원으로 19.3% 늘어나고,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24조 1000억원으로 17.3% 확대되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2조 3000억원으로 12.9% 늘었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21조 2000억원)보다 21.3% 늘린 25조 8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노인일자리 74만개 등 재정지원 일자리를 95만 5000개 만들고 고용장려금과 창업지원, 직업훈련 등을 통해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돕고,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 6000개 창출을 지원하며, 국가직 공무원 일자리는 경찰 등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1만 9000명 충원한다.

일자리를 포함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81조 6000억원으로 12.8%(20조 6000억원) 늘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예산은 72조 5000억원으로 2.6%(1조 8000억원) 느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5조 5000억원으로 2000억원(0.4%) 늘어난 영향이며, 복지와 교육예산을 합하면 254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사병봉급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방예산은 7.4% 증액된 50조 2000억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어섰고,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확대(1조 1036억→1조 2176억원)로 외교·통일 예산은 5조 5000억원으로 9.2%(5000억원) 늘었다.

전체 12개 분야별 예산이 모두 증가했다.

△적자 국채 역대 최대...나라빚 급증에 '총선용 퍼주기' 비판 예상

정부의 내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1.2%(5조 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세수가 10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에 따라 확장예산을 창당해야 할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3조 8000억원에서 내년 60조 2000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연히 재정 건전성 지표들은 대폭 악화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 1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4조 5000억원, 국가채무는 805조 5000억원으로 64조 7000억원이 각각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로 1.7%포인트 악화되며,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2.7%포인트 오른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은 6.5%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3.4% 증가하는 데 그쳐, 2023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국가채무비율이 5년 뒤 40% 중반대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 정도는 용인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여건 상 내년 정부의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수긍하면서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 증가폭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는 우려를 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내년에 확장적 재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 준칙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은 재정 확장이 계속되면, 상당한 재정건전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내년 총선용 퍼주기'라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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