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반기업정서에 기댄 상식밖 판결…누구를 위한 판결인지 되돌아봐야
   
▲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삼성에서 제공한 말 세 마리 구입비와 후원금이 뇌물인지 아닌지가 핵심적 법리판단 사항이었다. 이제 대법원에서 뇌물로 판결한 이상, 부회장의 형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같은 판사라고 해도, 이 사안에 대해 고법과 대법의 판결이 다른 이유는 그만큼 보는 각도에 따라 법리적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행위에 대한 판결은 많은 법 이론과 논리가 동원되는 전문적인 영역이기에 일반인들이 소상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판결은 일반인의 상식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행위에 대한 모든 증거가 공개된 이상, 일반인의 사고수준도 판결못지 않게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그래서 미국의 판결에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결하는 배심원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사건을 판결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은 한국이 가지는 특수한 환경이다. 즉 정치권력과 기업 간의 관계다. 이론적으로는 기업가와 정치권력은 독립관계이지만 우리 시장경제의 성장과정을 보면, 절대 독립적이지 않았다. 명목적으로 시장경제의 틀을 가졌지만, 정치권력과는 독립적으로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그런 국가는 아니었다.

정부가 특정기업을 성장하게 해서 시장경제의 틀을 만들어 나갔다. 기업입장에선 정부에 협력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법과 제도가 있었지만 실제 집행에서 정치권력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든 정치권력에 따르지 않으면, 기업이 갑자기 몰락할 수도 있는 막강한 정치권력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 김명수 대법원장은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다./사진 자료=연합뉴스

우리 제도는 시장경제이지만,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국민감정과 이에 편승한 제도로 인해 기업인은 교도소의 담장을 걷는 마음으로 기업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인은 국가 권력자의 심기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이 제공한 말 세마리와 후원금에 대해서 법리적으로는 기부인지 혹은 뇌물인지 판단하기 이전에 판단해야 할 상식이 있다. 국가 권력자가 묵시적으로라도 원하는 사안이 있으면,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기업인이 과연 존재했을까? 어쩌면 법 논리로 무장한 법관보다 일반인들이 우리의 정치환경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난다.

우리 국가경제는 앞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일 간 경제분쟁으로 인해 이제 1%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할 정도다. 자영업자는 망해 가고, 기업은 파탄나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커다란 경제폭풍이 불어오는 시기다. 이런 위기에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최고의 경제 전사인 삼성의 날개를 꺽어버리는 우매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물론 법관은 법 논리로만 판결하지, 경제와는 별개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결국 국민이 더 잘 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도 결국 경제번영을 위한 일종의 제도다. 법관들은 국가 경제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그런 존재인가?

물론 삼성의 행위에 대해 모든 법관이 공감하는 판결일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법관들 간에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이란 상위지위를 이용해서 다시 판결을 번복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국가가 경제적으로 망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삼성같은 기업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 국가경제도 망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결국 기업에 의해 존립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퇴보하는데 정의를 얘기하는 법관들의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경이라야 기업의 의미를 깨달게 될 것인가.

더 늦기 전에 시장경제와 기업, 그리고 기업인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더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배고프면, 그나마 대법원이 얘기하는 정의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을 위한 판결이며,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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