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회장 비위로 얼룩진 중기중앙회, 왜 이러나?
김기문 현 회장, 작년 11~12월 4차례 걸쳐 조합 이사장들에 시계·식사 제공 혐의
박성택 전 회장, 대법원서 업무상 배임 유죄 판결…중기협동조합법 위반으론 재판 진행 중
고윤기 변호사 "회장 독주 막을 제동 장치 필요하고 강한 권한만큼 고도의 윤리 요구돼"
박규빈 기자
2019-09-04 10:09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전국 360만개 중소기업을 대표해 부총리급 대우를 받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전·현직 회장들이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금품을 동원한 사전선거 운동 논란에 잇따라 휩싸이면서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23일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대해 불법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관계자는 "김 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두 달 간 4차례에 걸쳐 중앙회 조합 이사장들과 식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주얼리·패션 종합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ESTINA)의 대표이사이기도 했던 김 회장이 해당 이사장들에게 시계 등 현물을 제공한 것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하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중기중앙회 입장은 검찰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 선거인 명부가 확정됐던 만큼, 민간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11월~12월 사이에 조합 이사장들과 식사한 것과 시계를 공여한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회장 개인 문제이기 때문에 소송비 등 기타 비용도 중기중앙회 예산이 아닌 (김 회장) 자비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기중앙회장 선거엔) 예비 후보 선거제도가 없고, 식사 자리에서 시계를 주고 받은 김 회장과 이사장들은 선거인명부 조차 확정되지 않았던 지난해 11월~12월 당시엔 이해 관계에 놓여있지 않았다"며 "선거인 명부의 3분의 1이 2월에 바뀌고 확정되는데, 사전 선거운동으로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권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고, 검찰이 다소 무리하게 기소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3분의 2는 그대로 남아 있으며, 차기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불과 2~3개월 앞두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회장이 조합 이사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 및 신고한 이는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나섰던 김 회장의 경쟁자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판정에 서게 된 김 회장은 현재 언론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4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성택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들어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 회장 직전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했던 박성택 전 회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던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임원들과 공모해 연합회 법인카드로 1800만원 가량의 식사와 향응을 타 조합 임원들에게 공여했다. 이후 검찰은 박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에 대법원 3부는 지난 7월 31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의 선거 운동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으로 현재까지도 별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계자에게 금품을 뿌리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박 전 회장이 서울 시내 호텔 식당에서 식사와 숙박을 선거인단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서울남부지검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형을 구형했다.


이 같이 경제 5단체장 중 하나로, 부총리급 의전 대우를 받는 전·현직 '중통령'들이 연이어 금권 선거 논란을 일으키며 법정에 서게 되자 윤리의식 환기가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고윤기 로펌고우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중기중앙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의 대외적 행사로 바쁘더라도 중소기업들을 위해 뭘 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비평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중소기업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중기중앙회장에게 큰 권한과 많은 예산이 주어지는 만큼 고도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기중앙회장의 이사진에 대한 임명은 통상 회장 선거 후 곧바로 이뤄진다"며 "그에 비해 회장을 견제할 내부 통제 수단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회장 독주에 대응할 제동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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