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5일 조 후보자 서울대 법대 동기 현직검사의 검찰내부통신망 글이 카카오톡 단체방 등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사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국 후보자의 대학 동기이자 가장 오래 전부터 알아온 임무영 서울고검 형사부 검사는 전날 검찰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조국 후보자는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는 글을 올리면서 실망감과 안타까움, 두려움을 솔직히 드러냈다.

임무영 검사는 검찰 내부를 향해 "어차피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테니 장관한테 밉보여서 괜히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아무 언급이 없는 거라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러고도 검찰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라고 운을 띄웠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자신이 국회에서 강행한 기자간담회에 입장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 검사는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하고 오해할까 두려워 이 글을 쓰게 됐다"며 "(임명 강행으로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취임하는 사실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조 후보자에게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법무부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검사는 "하물며 사퇴가 아니라 새로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자신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정도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고 믿으라는 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 말 듣지 않는 검사에게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장관이라면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검사는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을 담당해 장관후보자가 되었다 사퇴한 분들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 후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다. 아니 그 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것"이라며 직격타를 날렸다.

그는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사퇴는 커녕, 검찰개혁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한다"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한 임 검사는 "시중에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말도 떠돈다. 딸의 입시비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부인 정경심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웅동학원은 동생 조권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사모펀드는 해외로 출국한 조카 조범동 씨가 소재불명이어서 참고인 중지, 또는 조후보자는 불입건할 예정이라고 말이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자신의 글에서 검찰과 법조계 모두를 향해 "지금 검찰이 조 후보자 내용을 열심히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는 상황에서 사건이 시중의 예상처럼 결론내려진다면 설사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결론을 믿겠냐"며 "정의는 실현되는 결과가 공정해야 하지만 실현되는 방식 역시 정의로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와 82학번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임 검사는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졸업했다. 부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수원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부산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평소 임 검사는 검찰내 관록있는 검사로서 강직하고 소신있게 검찰개혁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와 법대 동기인 현직검사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심경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