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이 반가운 재회를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과 수석코치로 4강 신화를 함께 썼던 두 사람은 적장으로 만났지만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고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중국 올림픽대표팀(U-22)과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올림픽대표팀이 8일 중국 허베이 황시스타디움에서 친선경기를 했다. 박항서 감독은 5일 태국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첫 경기를 지휘한 후 곧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다시 이날 올림픽대표팀 경기도 이끌었다. 

박 감독이 굳이 이렇게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은, 역시 히딩크 감독과 만남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연이은 기적을 일구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바로 히딩크에서 따온 '쌀딩크'였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만난 두 사람은 화기애애했다. 서로 어깨를 감싸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 사진=VnExpress, 시나스포츠 홈페이지


하지만 두 팀의 경기가 진행되면서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중국은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다. 체격 조건에서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수비가 무너졌고 베트남이 경기를 주도했다. 결국 베트남이 응우옌 띠엔 린의 2골 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벤치에 앉아 중국의 답답한 경기를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의 표정은 심각했다. 경기 후 히딩크 감독은 시나 스포츠 등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에 비해 경기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히딩크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고 이날 드러난 중국 올림픽대표팀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강팀과 만나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시련 속 성장을 얘기했다. 

박항서 감독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볼기술이나 컨트롤이 뛰어났다. 우리는 수비 후 역습을 시도하는 팀이다. 경기 결과만으로 (우위를) 말하긴 그렇다. 친선전이었고 중국은 최강 라인업으로 나오지 않았다. 일부 주전 선수는 해외에 있고 몇 명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며 히딩크 감독을 배려한 발언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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