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조 8500억원이라는 액수도 기록적이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만큼이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큰 수익이 발생했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증권사들이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전년 동기(2조 6965억원)보다 5.7% 증가한 2조 849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실적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외부 상황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고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2분기 브로커리지 등을 포함한 전통적인 수탁 수수료 수익은 8947억원을 기록해 이전 분기 대비 0.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지난 2분기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8942억원으로 전분기(7633억원) 대비 무려 17.1% 급증했다. 그 결과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IB 수수료 수익과 수탁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1%로 동률을 이뤘다. 분기 기준으로 IB 수수료 비중이 수탁 수수료와 같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IB는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나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을 넘어서 자기자본(PI)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산의 재판매(셀다운)를 통한 수익 창출 또한 시도되고 있으며, 여기엔 초대형IB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증권사 수수료 수익 중에서 수탁 수수료와 IB 수수료의 비중은 각각 55.0%와 21.9%로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거래대금 감소 등 수탁 수수료 수익은 정체 상태로 진입했지만 IB 수수료는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해 결국 2개 분기 만에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의 경우를 보면 이와 같은 변화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중개수수료 수익이 820억원으로 IB 수익 710억원보다 많았지만 올해 2분기에 들어서 IB 수익이 940억원을 기록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 750억원을 앞섰다.

각 증권사 수익구조에서 IB가 ‘대세’를 이루는 구조는 이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개수수료의 경우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이 ‘평생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하는 등 추가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하기는 이미 힘들어진 상황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자본 투자형의 수익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IB 수익의 경우 상대적으로 손익 변동성도 낮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들이 이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