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무분규 임단협 타결…차업계 변화할까
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 상황 녹록지 않아
노사 갈등으로 교섭 해 넘길 가능성도
김태우 기자
2019-09-12 09:25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어려운 국내외 자동차 산업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한 가운데 이런 해빙 무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국내 1위 업체가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이보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타 브랜드가 무조건 적인 투쟁을 벌이기에는 사회의 분위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노사 2019년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3일 자사 울산공장 본관에서 조인식을 열고 올해의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전날 현대차 노조는 찬반투표를 통해 지난달 27일 노사가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56.4%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조기 타결을 수용함으로써 자동차 업계에 모범사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각 업체별 상황을 살펴보면 그리 순탄치 않다.


◇기아차, 형제회사 현대차와 동일조건 수용 여부 관건

현대차와 형제회사인 기아차 노조의 경우 올해 임단협을 연말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교섭이 순탄치 않으면 해를 넘길 수도 있다.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가 합의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며 임단협을 마무리 짓는 관행이 있었으나 올해는 통상임금 이슈 등으로 양사의 형편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2일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추석 이후 출범할 차기 집행부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임단협 교섭은 다른 해와 달리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어 추석 전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임금성(기본급, 성과급)은 1차 제시안으로 내놓은 수준을 끝까지 고수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했다. 기본급 4만원 인상에 성과급 150% 조건은 사측의 1차 제시안이 최종 합의안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일시금만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랐을 뿐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 대신 앞서 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합의를 통해 사측으로부터 지급받았던 식으로 통상임금 미지급 소급분을 받아내는 데 주력했다. 사측 역시 아직 대법 판결이 남아있는 통상임금 소송 리스크를 해소하고 최저임금 위반 방지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상여금의 월할 지급)을 위해서는 노조와 합의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결국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안정성확보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통상임금 미지급 소급분'을 근속연수별로 200~600만원씩 지급하고, 우리사주 15주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기아차 노조는 이미 지난 3월 통상임금 협상을 타결하면서 400만~800만원의 미지급 소급분을 받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임단협 합의 내용을 그대로 적용 받았던 관행을 유지할 경우 기본급 4만원 인상에 성과급 150%, 일시금 300만원 외에 얻을 게 없다.


현대차 노조는 '대가를 받고' 수용한 것을 기아차 노조는 '대가 없이' 수용하는 셈이니 집행부로서는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차기 집행부로 넘긴다면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니 교섭 방향을 잡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대차보다 더 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집행부가 선출된다면 그게 조합원들의 민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니 관행대로 현대차와 동일 조건에 순탄하게 교섭이 타결될 수 있다.


반면, 그간의 관행을 깨고 현대차보다 더 받아야겠다는 공약을 내건 집행부가 선출된다면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고, 사측은 현대차보다 좋은 조건에 합의할 경우 '교섭을 조기 타결해 봐야 손해'라는 인식을 노조에 심어주게 되니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진통 끝에 교섭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 2년 연속 '임금동결' 제시…노조 집행부 '진퇴양난'

한국지엠은 상황이 더 안 좋다. 교섭을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사측은 아직 문서화된 일괄제시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고, 자구계획 이행을 이유로 노조 측에 구두로 임금 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이에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과 30일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했고 이번 주 성실교섭 촉구기간을 가진 뒤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내달 9일부터 사흘간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과 함께 지난해 부도 위기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각종 복지 축소를 원상회복시킬 것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으면 교섭을 통해 현실적인 합의안을 만들 여지를 남겨놓고 있지만 '동결'이라 적힌 합의안을 들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표결에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난 상태라 올해는 어떻게든 적자를 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임금을 올려주고 성과급을 지급하느라 적자가 발생한다면 GM본사로부터의 압박은 물론,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와 같은 노조의 '대승적 결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사간 힘겨루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인력 구조조정 놓고 진통…임협은 시작도 못해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을 해를 넘겨가며 올해 6월에서야 타결한 상태라 올해 임금협상(임협)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노사는 협상 테이블을 펼치기도 전에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 종료에 따른 생산물량 감소로 잉여인력이 발생해 희망퇴직이나 순환휴직 등으로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협 이전에 생산인력 운영방안에 대한 노사 협의가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임협 돌입 시기는 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임협을 시작하더라도 순탄하게 마무리되긴 힘들다. 지난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노조가 보상심리로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로그 후속물량인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르노 본사에 경쟁력 있는 생산비용을 제시해야 하는 사측으로서는 큰 폭의 임금인상을 수용하기 힘든 형편이다. 결국 노사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돼 또 다시 임협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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