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강행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염려와 걱정을 전달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후에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가 삭발을 하게 된 원인인 ‘조국 임명 강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전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단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을 여러분께 자세히 설명드린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보회의가 끝나자마자 강기정 수석을 불러서 황교안 대표의 삭발과 관련해 염려와 걱정의 말씀을 전달했다. 이에 강 수석이 황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에게 전화해 국회에서 만날 것을 요청했으나 (김 의원측으로부터) 만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강 수석은 다시 분수대 앞으로 가서 황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지만 (황 대표 측에서) 거절했다”며 “그래서 (강 수석이)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때 황 대표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아서 강 수석이 분수대 앞으로 가서 황 대표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때 황 대표는 (강 수석에게) ‘조국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 수석은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라고만 대답하고 헤어졌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황 대표의 삭발 원인이 조국 장관의 임명 강행인데 이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따로 거기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며 “지금 산적한 민생 현안이 무척 많다. 이런 것들을 그냥 둘 것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을 한 뒤 발언하기 위해 일어서 있다./미디어펜

황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쯤 청와대 앞에서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에 나섰다. 제1 야당 대표의 삭발은 처음으로 이 자리에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황 대표는 이날 삭발식 직후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밝혔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조국과 같이 반칙하고 불공정하고 심지어 범법을 저질러도 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라며 “황 대표의 결단이 하나의 움직임이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큰 물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삭발 이후 현장에 함께한 의원들과 같이 이날 자정까지 자리를 지키며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17일부터 예정됐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연기됐다. 따라서 다음 주 예정됐던 대정부질문, 이달 30일부터 10월19일까지 예정됐던 국정감사 일정 등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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