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던 중 영어로 언쟁을 벌인 사실이 있었다고 16일 인정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통령 순방 때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느냐. 말미엔 영어로 싸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 사이의 언쟁은 4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벌어졌다고 한다. 사건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대신해 순방 일정을 진두지휘한 김 차장이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의 수준을 지적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하다 막판엔 둘 다 영어로 다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연합뉴스

정 의원은 이어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당시 아는 전직 고위 외교 관료에게 전화하니 ‘김현종이 정의용(국가안보실장)을 눌렀구먼’이라고 하더라”며 “변호사 출신의 통상전문가인 김 차장은 한마디로 리스키(위험한)한 인물”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또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했었고, 그 이후에 대기업에서 취직한 것 같은데 그 대기업(삼성전자) 쪽 얘기가 별로 안 좋다. 거기서 좀 사고를 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 차장이) 여러모로 국익을 수호해야 할 고위 공직자의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매우 의문”이라며 “특별히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동료 고위 공직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한국당 소속인 윤상현 외통위원장도 “김 차장은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합친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행세한다는 말이 있다”며 “청와대 일개 참모가 기라성 같은 군 장성과 외교관을 제치고 상전 노릇을 하듯 외교·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강경화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발언을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강 장관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오늘 있었다.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 장관은 “그런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는 것은 저희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가 20분 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달 편지를 두 번 보냈느냐”고 묻자 “그렇다. 한 건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충분히 브리핑을 받았고, 오늘 신문에 보도된 것은 저희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두 번째 친서는 ‘비공개’여서 언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청와대나 외교부도 언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평양 초청 친서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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