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최고 기술력 보유 글로벌 기업들 ‘맞손’ 전략
자율주행 기술 확보 넘어 플랫폼 공급 업체 염두…패러다임 전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 분야의 톱플레이어로서 활약하기 위한 통큰 배팅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자율주행 기술분야의 3위에 있는 앱티브사와 공동 법인을 통해 보다 빠른 기술개발을 위한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웨이모와 GM에 뒤를 이어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될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사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사진 우측) 등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는 기존 독자적인 기술력을 개발해왔던 현대차그룹의 탄탄한 기본기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글로벌시장에서 새로운 게임체인저로서 활약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새로운 결과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앱티브사와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분야의 빠른 성장을 위해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약속한 앱티브사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전문 회사인 델파이에서 분사된 미국 업체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문 기업을 미국 현지에 설립하고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12월 '델파이'로부터 분사한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회사다. 지난 2018년 기준 매출 15조9000원, 영업이익 1조6000원 등 경영실적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 27조4000억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기업이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기, 전자장비를 비롯해 ADAS,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커넥티드 서비스 등 전자 및 안전 관련 등 전장부품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전체 인력은 총 14만3000여명에 달한다.

최근 앱티브가 핵심 사업 분야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사업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2015년과 2017년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오토마티카(ottomatika)'와 '누토노미(nuTonomy)'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 개발 역량을 단번에 끌어 올렸다.

앱티브의 순수 자율주행 분야 기술력은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사와의 공동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보다 빠르게 톱플레이어 반열에 합류해 정체된 자동차시장의 탑플레이어로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결정은 자동차의 상품성과 품질경쟁력 등에서 글로벌 브랜드에 뒤처지지 안을 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런 결정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결단력이 돋보였다. 

앞서 글로벌인재경영과 함께 과감한 혁신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를 젊고 활발한 분위기로 변신시킨 바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심심한 브랜드이미지를 변화 시켰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시켰다. 

   
▲ 2019 내비건트 리서치 결과, 앱티브가 순수자율주행기술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사진=현대차그룹


결과물로는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N브랜드의 시장안착이 있다. 

이런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구글의 웨이모가 있지만 궁극적인 자율주행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기술력 자체적인 발전을 위해 앱티브와의 공동합작법인을 설립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앱티브와 함께 하는 것은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 뿐만이 아니라 자율주행분야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현대차는 앱티브사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이번 조인트 벤처의 목표를 전했다. 

이를 통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하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4년에 본격적인 양산을 통해 성능을 인정받고 양사의 조인트 벤처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다양한 완성차 브랜드에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앱티브에 직접적인 투자가 아닌 조인트벤처와 같은 합작법인 설립한 것은 타 브랜드에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함이다. 자체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발전에서 멈추지 않고 플랫폼을 공급하는 업체로서의 가능성을 만든 것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후발주자로 타 브랜드의 기술력을 따라가기 바빴던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시스템이다. 기술을 수혈받아 성장해온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 공급업체로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력과 궁극의 친환경차 기술력인 수소차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움직이는 현대차그룹이 기대되고 있다.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됨에 따라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을 연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시대의 운전문화에 대해선 "기차나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전면 유리의) 모니터보다도 증강현실(AR)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하게 즐기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사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다. /사진=현대차그룹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플라잉카) 상용화에 대해선 "플라잉 카보다는 '드라이빙 에어플래(Driving Airplane)' 개념에 가깝다"면서 "비행 자동차가 레벨 5(완전 자율주행)의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상용화가 먼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도 없고 자율주행에 더 적합한 면이 있어 자율주행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재 현대·기아차가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 "물량 공급이 과다했다"면서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고 곧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으로는 중부 아프리카를 꼽았다. 그는 "시장은 작지만 인구도 많고 공유시장도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해서는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우리가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일 것"이라며 "일본 메이커만 있는 독특한 시장이지만,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무역갈등이 현대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하고 안정화하고 있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는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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