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서 합병반대 ‘어깃장’…노조에 막힌 조선 구조조정
1일 벨기에 브뤼셀서 EU 집행위 경쟁총국과 면담
독일 지멘스-프랑스 알스톰 합병 무산 강조 예정
업계 "합병 넘어 한국 조선 이미지 추락할까 우려"
권가림 기자
2019-10-01 14:27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소속 전조합원이 지난 달 6일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반대하며 4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막기 위한 노동계의 투쟁이 해외로도 뻗치고 있다. 기업결합심사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유럽연합(EU)에 이번 합병의 숨겨진 실체와 부당함을 알려 불허 판정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원정 투쟁이 심사 자체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지만 합병을 넘어 한국 조선 이미지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과 김정열 비정규대외협력부장, 정혜원 국제국장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한국진보연대로 구성된 ‘대우조선 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 경쟁총국과 면담한다.


이들은 최근 EU가 합병을 불허한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합병 무산 사례를 내세울 예정이다. 


EU 경쟁당국은 지멘스와 알스톰 철도사업부의 합병심사에서 △ 시속 300㎞ 이상 초고속열차 부문과 신호체계 분야에서의 독과점 우려 △가격상승 △고객의 선택권 침해 등의 이유로 합병을 불승인했다. 두 회사의 철도차량과 신호체계 분야 점유율은 약 15%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21%가량이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점유율은 60%에 이른다. 노조는 양사의 LNG선 부문에서의 높은 점유율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지난 30일에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프랑스 금속노조FTM-CGT 알스톰 지멘스 대응팀을 만나 유럽공정위가 지멘스와 알스톰의 철도사업 통합계획을 불허한 사례 등을 들었다”며 “사례를 심층적으로 파악해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 간부와 시민단체는 지난 달 28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작업의 일환으로 한국,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 6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EU 사전심사는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기업결합심사 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결합심사 대상국 6곳 중 한 국가라도 결합을 불허하면 대우조선 매각은 무산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EU는 사전심사 심사과정이 까다로울 것으로 꼽히는 국가다. 대형 선주사가 몰려있는 EU는 조선사가 하나 줄어들면 선택 폭이 좁아지는 데다 유럽 전문기자재 업체들의 거래선이 줄 수 있다며 양사의 합병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EU 심사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 EU 심사는 1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기업결합심사 신고 전 유럽공정위와 소통관계를 형성해 현대중공업이 1단계에서 통과되지 않고 2단계로 넘어가게 한다는 게 노조의 유럽출장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총국은 민주노총의 이같은 행위를 심사에 참고 정도는 하겠지만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합병 반대를 위한 원정 투쟁과 파업 등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면서 국제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한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경쟁당국에도 대표단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2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집회와 함께 7시간 파업을 벌이며 기업결합 반대 투쟁 수위를 높인다. 


한편 대우조선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올해 대우조선 매각 철회와 함께 △기본급 5.8% 인상 △사내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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