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와이파이사업에 '조국 펀드' 개입설…'생각 통제' 숨은 그림은 없었나
   
▲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국민의 '성찰(省察) 수준'을 조사한다면 1위(낮은 곳에서부터)는 무조건 대한민국 차지일 거다. 성냥불만 붙여도 냄비처럼 들끓는 것, 악머구리처럼 떼로 모여 아우성치고 울어대는 것, 다른 이에게 귀를 열지 않는 것, 다른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거짓말하는 것, 내로남불(조로남불이라고 쓰고 싶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등등 성찰의 하부구조를 조사해도 1위는 대한민국이 차지한다고 확신한다. 

내 사랑하는 조국의 성찰력-남 탓하기 전에 자기 허물을 돌아보려는 버릇-이 이처럼 땅바닥에 떨어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겠으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성찰할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것은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휴대전화기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더 심하다. 전에는 주로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만 들여다보더니 유튜브가 성행하면서 볼거리, 들을거리가 더 늘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남의 생각, 남의 말로 자기 생각, 자기 말을 대신하고 있다. 성찰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이런 사회 환경, 시민의 성찰을 방해하는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면 어떡할 것인가. 서울시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와이파이사업'이 그런 염려를 극대화하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사업은 대중교통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버스공공와이파이사업을 추진해왔다. 공공와이파이사업은 '정보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금 봐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TV와 유튜브가 쉴 틈 없이 제공하는 연예 오락과, 규모와 범위를 가늠할 수 없이 범람하는 선동적 가짜뉴스에 붙잡아 둘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부족한 성찰의 시간은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 지하철에서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세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세는 것이 더 빨라진 지 오래고, 버스에도 올라앉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드라마나 게임에 집중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한낮의 버스 안에서 전화기로 포르노를 보던 사람도 목격한 적 있다.) 

   
▲ 공공와이파이사업에 이른바 '조국 펀드'가 깊이 개입되어 있을 거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와 더욱 섬찟하다. 공공와이파이사업은 '정보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금 봐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TV와 유튜브가 쉴 틈 없이 제공하는 연예 오락과, 규모와 범위를 가늠할 수 없이 범람하는 선동적 가짜뉴스에 붙잡아 둘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공공와이파이사업에 이른바 '조국 펀드'가 깊이 개입되어 있을 거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와 더욱 섬찟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참여한 사모펀드 코링크PE와 관련한 의혹이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첫 날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펀드가 투자한 PNP플러스의 자회사 메가크래프트가 당초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관급공사 버스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독식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의 국감 기사의 첫 줄이다. 

NIA의 버스공공와이파이 사업은 사업 규모는 총 445억 원으로 메가크래프트는 현재 77억원 규모인 1차 사업만 수주 계약을 한 상태다. NIA가 문용식 NIA 원장에게 보고했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사업예산은 1차 4200대 77억원을 시작으로 2차 9,900대 184억원, 3차 9,900대 184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과방위는 이날 PNP플러스 서재성 대표와 조윤성 사업총괄을 증인으로 불러 진실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두 사람이 출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조국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초에는 "서울시가 2018년 2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투자자문 위임 계약을 약정한 P 컨소시엄과 1500억원 규모의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컨소시엄이 자금과 기술력이 턱도 없이 모자라고, 관련면허는 아예 없는, 거의 사기적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이 드러나 파기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한국인의 성찰력이 지금 수준으로나마 유지되는 건 서울시가 이 계약을 파기한 덕이라고 주장하면 지나칠까?)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기를 쓰고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진출하려 했을까. 왜 독식하려 했을까? 혈세도 한탕 크게 빼먹으면서 정보를 독점 생산, 공급해 우리들의 생각을 통제, 관리하려했던 건 아니었을까? 공포와 두려움으로 그것을 통제하려던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와는 달리 오락이라는 마약으로 시민을 마취시키려던 새로운 빅브라더들의 빅 빅처는 아니었을까?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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