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수 스웨덴 ISDP 한국센터장의 '스톡홀름 북미 협상' 분석
"정치·경제적 여건 나아진 북한, 미국 협상조건만 확인하러 나온 듯”
김소정 부장
2019-10-10 18:59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는지에만 관심이 있고,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다음 협상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전략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장은 10일 미디어펜과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기대와 노력을 하지 않았고,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는지만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에 대한 확답이 없는 한 북한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었고, 그래서 이번 협상이 결렬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북한, 한국,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1.5/2 트랙’의 다자회의를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ISDP에서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이 센터장은 북한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하노이회담 이후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은 최근 다양한 미사일의 기술적 진보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개선을 통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또 경제적으로도 제반 여건이 하노이회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처한 어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 센터장은 “북한은 만족할 만한 새로운 협상카드를 미국이 제시하지 않는 이상 합의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국내 여론을 의식한다면 하노이회담에서 견지한 입장에서 후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북미 실무협상이 다시 열린다고 하더라도 또 결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트럼프 탄핵 이후를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 센터장은 “만약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트럼프행정부와 점점 거리를 두면서 다음 대선후보 또는 민주당과의 협협상에 대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 고집하는 북, 완전한 비핵화 어려울 것”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릴 비핵화 협상이 시작됐지만 이 센터장은 앞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센터장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미국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탬과 F-35 등 전략무기의 한반도 퇴출을 요구했다고 본다”며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 많은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정의와 범위, 로드맵 도출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전략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장./미디어펜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특성상 완전한 비핵화는 어렵다고 본다”며 “지난 하노이회담에서도 보았듯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페기만을 고집하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완전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우라늄 농축(HEU)과 같은 핵시설은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검증하지 않는 이상 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만약 비핵화 협상이 진전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최종적으로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사찰을 받을지는 의문이고, 따라서 북미가 다시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도 힘들겠지만 협상의 결실을 만들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이런 판단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보장을 위해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에서 바라는 ‘베트남 모델’과 같은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은 원하지 않고 있으며, 김정은정권 아래에서 체제보장과 제재 해제를 통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협상장에 들어갈 수 없어 중재자 아니라 촉진자”


한편, 이 센터장은 지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간 실무협상에 이어 이번 김명길 북 외무성 순회대사와 비건 대표 간 실무협상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배경에 대해 “2년 전 스웨덴 정부가 외무성에 한반도 특임대사직을 만들 정도로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은 중립국으로 1970년대부터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스웨덴의 평양 주재 대사관은 미국정부를 대신해 미국국민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며 “이런 특별한 위치에서 과거 미국의 억류자들을 북한에서 석방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고, 이는 또한 북미 협상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북미 실무협상 때 스웨덴측이 협상장에까지 들어가긴 어려웠을 것이고 실질적으로 회담장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따라서 스웨덴은 이번에 북미에 편리한 회담 장소를 제공하면서 협상에 있어서 촉진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박사는...


이 센터장은 2007년부터 ISDP 연구소에서 근무 중으로 현재 상임연구위원 겸 한국센터장을 맡고 있다. ISDP 연구소의 주요 연구 주제는 스웨덴의 평화와 분쟁 방지, 위기관리 등의 학문적 이론과 접근 방법론을 통해 아시아의 분쟁국간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ISDP는 스웨덴의 중립적인 정치적 성격을 활용해 2007년 이래 북한, 한국,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1.5/2 트랙’의 다자회의를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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